[하재섭의 아파트 분쟁 진단]

하재섭 변호사/법무법인 일신
하재섭 변호사/법무법인 일신

사건·사고는 계절과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아파트 단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험 요소가 가득하므로 관리주체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자치의결기구다.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및 도난 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진다. 다만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주택관리업자에 위탁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입대의와 위탁관리업체 모두가 책임 당사자로 지목된다.

사고 대부분은 단지 내의 시설물, 즉 인공적으로 설치된 공작물로 인해 발생한다.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을 때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돼 있다.

실무에서는 입대의 내지 위탁업체가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는 점유자인지 여부가 다툼의 주된 쟁점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분쟁 양상을 잘 드러내는 사례를 소개한다. 

원고 A씨는 전북 전주시의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으로 2020년 10월 아파트 복도를 걷던 중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사고 직전, 이 아파트와 건물위생관리 계약을 맺은 청소미화원이 걸레를 이용해 물청소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A씨는 이 아파트 입대의 및 B관리업체를 피고로 해 공작물의 설치 및 관리보존상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재판에서도 쟁점이 된 부분은 이 사건 공작물 하자의 존재여부 및 피고들이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는 점유자인지 여부였다. 재판을 맡은 전주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전주지법 2021가단14061 판결)

먼저 법원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민법 제758조를 들며 공작물의 설치 보존상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아파트 공용부분인 1층 복도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그 근거로 △사고 발생 직전 청소미화원이 물청소를 한 사실이 있고 원고가 승강기에서 내려 1층 복도를 걷고 있을 때도 아직 그 물기가 남아 있었던 점 △원고는 오른발이 앞으로 미끄러지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당시 원고는 통상적인 걸음걸이와 속도로 걸었을 뿐 급히 방향을 전환하거나 갑자기 속도를 올리거나 뒷걸음질 치지도 않은 점 △평소 관리회사는 청소 미화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했는데 물걸레 사용 시 최대한 물기를 제거해 닦도록 교육한 점 등을 들었다. 

이어 법원은 “공작물 점유자란 공작물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작물을 보수·관리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를 말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피고 회사는 피고 입대의와 공동주택 관리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아파트 공용부분의 유지와 보수,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므로 이 사건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이를 유지 보수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입대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 아파트의 관리업무에 관한 권리·의무의 궁극적인 귀속주체로서 관리주체인 피고 회사와 공동으로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을 점유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원고가 물청소 사실을 인식했던 점, 미끄러운 재질의 신발을 신고 있었던 점을 참작해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 A씨에게 4734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파트 공작물의 궁극적 관리주체가 입대의인 이상 입대의는 이러나저러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민법 제758조 제1항 단서 조항에는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다는 관리상의 과실이 없다면 면책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필요시 이 점을 적극 어필해 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실수가 사고 발생과 확대에 원인이 됐다면 입대의의 손해배상 책임 역시 일부 경감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법무법인 일신 ☎ 02-517-8300

 

하 재 섭  l  법무법인 일신 변호사, 국토교통부 행정처분 심의위원, 직방 부동산팀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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