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가. A는 2020. 6. 8.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입사해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A는 B아파트 입대의 회장이었던 D와의 사이에 처음 계약기간을 2020. 8. 7.까지 2개월로 정한 근로계약, 2020. 6. 8.부터 2021. 6. 7.까지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 2020. 6. 8.부터 2022. 6. 7.까지 2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각 체결했다(이하 ‘제○ 계약서’). 제1, 2 계약서 원본은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관돼 있으나 제3계약서는 그렇지 않은 상태였다.

나.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D에 대한 해임절차를 진행해 D는 2021. 3. 27. 해임됐고, E가 2021. 4. 5. 이 아파트 입대의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B아파트 입대의는 2021. 4. 7. A에게 ‘근로계약이 2021. 6. 7. 만기로 종료됐음을 사전 통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2021. 5. 11. 입대의에서 A에 대해 연장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가 이뤄졌다. 입대의는 2021. 5. 24. ‘A와의 연장 계약이 없으니 근로계약 만료 전에 A와 업무가 있으면 처리하라’는 내용의 알림문을 게시했고, 2021. 6. 4. A에게도 같은 내용의 내용 증명을 재차 보냈다.

다. 평소 A 및 종전 회장 D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F 등 입주민 몇몇은 2021. 6. 8. 관리사무소에서 A에게 ‘관리사무소장 근로계약이 만료됐으니 나가라’며 다퉜고, A는 2021. 6. 28. 아파트 화재보험계약 갱신 업무를 하는 한편 F 등을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라. 입대의는 근로복지공단 부산동부지사에 A에 대해 고용보험 상실신고(상실일자 : 2021. 6. 30., 상실사유 : 계약만료)를 했다가 2021. 10. 27. 전임자의 착오 신고를 이유로 고용보험 상실일자를 ‘2021. 6. 30.’에서 ‘2021. 6. 8.’로 정정 신고했다.

마. A는 2021. 9. 27.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1. 17. ‘제3계약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A와의 근로계약은 제2계약서에 따라 1년으로 봄이 타당한데 이미 계약기간이 종료됐다면서 A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A는 2021. 12. 1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4. 5. 같은 이유로 위 재심신청을 기각했다(이하 ‘재심판정’)

바. 이에 A는 제3계약서는 진정하게 작성됐으므로 근로계약기간은 2년이며 계약기간 만료 전에 A를 내보낸 행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하며 입대의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42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1, 2 계약서는 B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원본이 보관돼 있으나 제3계약서는 보관돼 있지 않다. A는 ‘입주민들이 제2 계약서를 보여주며 나갈 것을 요구하자 A가 제3계약서 원본을 제시했는데, 경리에게 위 계약서를 여러 부 컬러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분실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계약 기간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중요 증거가 될 수 있는 제3계약서를 컬러 복사 과정에서 분실했다는 것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나. B아파트 입대의는 1년의 근로기간이 명시된 제2계약서를 근거로 A에게 2021. 4. 27. 근로계약 사전 만료 통지를 보냈고,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알림문을 부착했으며 2021. 6. 4.에도 근로계약 기간이 2021. 6. 8.자로 만료된다는 내용증명을 재차 보냈으나 A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21. 6. 8. 입주민들이 찾아오자 그때서야 제3계약서를 처음 제시했다. 

다. 입대의는 그동안 소장 채용 시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 뒤 갱신해 왔으므로 A에 대해서만 2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고 임기계약서인 제1계약서는 제외하더라도 굳이 제2계약서 및 제3계약서를 각각 작성할 이유가 더욱 없다. 비록 D가 제3계약서를 직접 작성했다고 증언하나 근로계약 체결시인 2020. 6. 8. 진정하게 작성한 것인지 의문이며 진정하게 작성됐더라도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자치관리대상에 해당하는 B아파트가 소장 등 직원 채용은 입대의 의결사항에 해당하는데 근로기간을 2년으로 한 제3계약은 의결을 거치지 않아 아무런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이고 2021. 6. 7.자로 종료됐으므로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
 

평석

자치관리 아파트 소장은 입대의가 구성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한다. 처분 문서는 보통 강력한 힘을 갖는다. 하지만 입대의의 의결도 없고 사후에 추인한 적도 없는 근로계약서는 아무런 효력도 없다. 도무지 부당해고로 볼 수 없는 이유다.

 

<2024년 2월 21일 제1350호 3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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