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방특별조사 직무상 과실 인정 어려워” 파기환송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입주민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기도가 유족에게 1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이 경기도, 시공사, 감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유족들에게 17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월 발생한 이 아파트 화재로 입주민 5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파트 1층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출입문을 통해 아파트 내부로 번졌고,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아 화염과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상층부로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부 소방서는 화재 3개월 전인 2014년 10월 경기도의 지시에 따라 이 아파트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했다. 당시 점검을 나왔던 소방공무원들은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 완강기 작동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로 조사서를 작성했다가 벌금 1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이에 피해자 유족들은 경기도와 아파트 시공사, 감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경기도 측은 “도어클로저 설치 관련 의무는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을 뿐 소방공무원 점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별조사 과정에서 일부 허위가 있었다 해도 피해자들의 사망과는 인과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피고 세 곳 모두 사고 책임이 있다고 보고 공동으로 17억2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방시설법과 구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면 ‘소방시설 등’에는 방화문도 포함된다”며 “소방공무원들은 특별조사에서 각 층 계단실 앞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적절한 지도·감독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공사와 감리업체에 대해 “아파트 방화구획 등이 설계도면에 따라 제대로 시공됐다면 화재 시 유독가스 등의 유입을 충분히 방지·지연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가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은 아니라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는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실시할 수 있는 항목이라는 것.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조사의 목적과 구체적 항목이 무엇인지,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됐는지 여부가 조사 항목에 포함됐는지를 심리해 소방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 아파트에 대한 소방특별조사 당시 적용된 소방시설법 규정에는 방화문의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가 필수 조사 항목이 아니었던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방화문이 소방시설 등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소방공무원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소방특별조사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확정되면 경기도를 제외하고 아파트 시공사와 감리업체 등이 손해배상금을 공동으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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