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제1349호 3면 게재>

사위의 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가. B는 본건 A아파트 단지 내 수목에 관해 용역비 5600만 원 상당에 1년간 조경관리용역을 제공하기로 하는 용역계약(이하 ‘본건 계약’이라 약칭)을 체결했다. B는 본건 계약에 따라 11월경 단지 내 수목 중 히말라야시다(개입갈나무) 품종 23그루(이하 ‘본건 수목’이라 약칭)에 관해 전지작업을 했는데 이후 본건 수목이 고사했다.

나.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가 수목을 품종 특성을 고려해 삼각형 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했어야 함에도 나무의 상·하단부 가지 대부분을 절단하는 방식의 강전정 방식으로 작업 해 고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B는 본건 계약서와 시방서에 강전정으로 전지작업을 하도록 기재돼 있고, 관리사무소장도 본건 수목에 관한 전지작업방식을 강전정으로 하고 본건 아파트 3층 높이 윗부분은 잘라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B가 강전정 방식으로 전지 작업을 하면 수목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고 건의했음에도 소장이 재차 강전정 방식을 요구해 그대로 전지작업을 실시한 것이라면 항변했다. B의 전지작업과 별개로 본건 수목의 수종, 수령, 기상변이에 따른 생육환경 변화 등이 고사의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고도 주장하며 본건 수목의 고사가 B의 귀책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다. 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하며 B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는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거나 채무 내용에 따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불이행의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그에 따른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나. A의 채무불이행 여부

본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가 본건 수목에 관해 삼각형 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했어야 함에도 일반나무와 마찬가지로 나무의 상·하단부 가지를 대부분 절단하는 방식의 강전정 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했고 그로 인해 수목이 고사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해 B가 강전정 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과연 B가 본건 수목에 관해 강전정 방식으로 전지작업한 것을 두고 계약에 따라 B가 부담하고 있는 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보건대 감정인 D는 본건 수목은 봄이나 여름에는 강전정을 해도 큰 문제없으나 11월경 전정은 동해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며 고사 원인을 11월 말경 강전정을 실시해 동해(凍害)에 따른 피해로 판단했다. 

또한 계약의 세부용역업무사항에서 본건 수목에 대해 ‘수고 3층 높이 강전정(삼각형 모양) 년 1회(11월 중)’로 명시한 점, 월별조경관리계획에도 11월경 전지·전정 대상으로 본건 수목이 기재돼 있다. 감정인 D가 지목한 본건 수목의 고사 원인인 ’11월 말경 이뤄진 강전정‘은 본건 계약에서 본건 수목에 대한 수형관리방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B가 본건 수목에 관해 11월경 강전정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한 것은 본건 계약에서 B의 의무로 정하고 있는 사항을 그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B가 ‘삼각형 모양’이 아니라 ‘나무의 상·하단부 가지를 대부분 절단하는 모양’으로 한 것이 채무의 내용을 좇지 않은 것이란 취지로 주장하나 그와 같이 전지작업을 했다고 볼 직접적인 자료가 없고, 이 같은 주장은 감정인이 지목한 고사 원인도 아니므로 삼각형 모양의 전지작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본건 수목의 고사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B가 작성해 송부한 계약서 초안이나 유지관리시방서를 토대로 본건 계약이 체결됐으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일반적인 아파트 조경관리용역계약의 체결 절차나 과정에 비춰 볼 때 B의 채무불이행,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B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평석

채무자가 계약상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아 상대방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면 배상할 책임이 생긴다. 민법 제390조에 따르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를 모두 채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사안에서 강전정 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했기 때문에 수목이 고사한 것임이 인정됐는데도 조경관리업체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업체는 계약에 기재된 전지작업 방식 그대로 실시했기 때문에 비록 수목이 고사했더라도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아니라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경관리업체라면 동절기를 앞두고 본건 수목을 강전정 방식으로 전지작업을 하면 고사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지 않았을까? 스스로도 관리사무소장에게 고사 위험을 경고했다고 하지 않는가? 아파트가 업체 측 초안 그대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 등을 좀 더 충실하게 증명했다면 어땠을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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