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받은 경찰관들 집안 들어가 소리 듣고 찾아내
전문가 “방화문 손잡이 평소 확인하고 고장막아야”

세대 내 대피공간 [출처 : 아파트 화재안전 가이드]
세대 내 대피공간 [출처 : 아파트 화재안전 가이드]

한 아파트에서 70대 입주민이 세대 내 대피공간에 갇혔다가 20시간 만에 구조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대피공간은 개정 시행된 소방법에 따라 관리주체 및 입주민이 점검해야 할 대상이므로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1월 30일 경찰에 따르면 12월 1일 오후 1시쯤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에 “인천 도화동 A아파트인데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아파트에 도착한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고층 외벽에 구조신호인 ‘SOS’라고 적힌 검은색 종이를 발견했다. 그러나 정확히 몇 층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던 경찰은 15층부터 세대마다 초인종을 눌러가며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곧바로 응답한 대부분 세대와 달리 28층 한 세대만은 답이 없었다. 이에 경찰은 관리사무소 협조를 통해 이 세대 입주민을 확인한 뒤 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비밀번호를 알아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을 수색하던 경찰은 주방 안쪽에서 “여기요, 여기요”라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곳은 불이 났을 때 피할 수 있는 2평 남짓의 대피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속옷 차림의 70대 B씨가 발견됐다. 전날 오후 환기를 위해 대피공간에 들어갔다가 고장 난 방화문 손잡이로 인해 갇혀버린 것. 혼자 사는 B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20시간 넘게 고립됐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던 B씨는 대피공간 안에 있던 검은색 상자에 칼로 ‘SOS’라는 글자를 새겼다. 이후 밧줄을 매달아 창문 밖으로 던져 입주민이나 행인이 볼 수 있게 했다. 또 라이터를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이 “할아버지, 괜찮으시냐”고 묻자 B씨는 “얼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인천의 기온은 영하 1.8℃, 체감온도는 영하 6.3℃였다. 그러면서도 B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으라는 경찰관의 권유에는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세대 내 대피공간도 소방 점검 대상

2022년 12월 1일 시행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 입주자대표회의, 소방안전관리자 등 관리자 및 입주민은 2년마다 1회 이상 세대 내 설치된 소방시설을 직접 점검해야 한다. 이번에 B씨가 갇힌 세대 내 대피공간도 점검 대상이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가 배포한 공동주택 세대 소방시설 점검 안내 설명서의 소방시설점검표를 보면 세대 내 대피공간에 대해 방화문(방화구획)의 적정 여부, 적치물로 인한 피난 장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피공간이 창고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 모 아파트 입주민 C씨는 “그곳이 화재 시 대피공간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현재 짐을 보관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방화문은 개폐가 원활하게 되는지 확인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공간은 화재 시 세대 구성원 모두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짐을 적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평소 세대 내 방화문 손잡이를 확인 및 관리하고 고장 났다면 이번 사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입주민이 보완 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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