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의 수요책방]

음식의 미래(라리사 짐버로프 지음/ 제효영 옮김/ 갈라파고스)
음식의 미래(라리사 짐버로프 지음/ 제효영 옮김/ 갈라파고스)

모든 생명체는 먹어야 산다. 음식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주로 어린 나이에 발병, 평생 외부 인슐린에 의존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다. 어릴 때부터 모든 음식의 성분을 꿰뚫어 보는 습관을 바탕으로 현재는 음식 전문가가 됐다. 영양 성분은 물론 라벨까지 번거롭게 따져가며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고 먹는다. 이 책을 쓴 이유다. 

물속에 살면서 엽록소로 동화작용을 하는 조류(藻類·해조류)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먹거리였다. 조류는 10억 년 이상 존재해온 해양 식물로 공급량이 넘치고 영양도 풍부하다. 엄청난 단백질 생산 공장이며 성장 가능성도 무한하다. 사탕을 물들이는 색소로도 쓸 수 있고, 자동차 연료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서구를 비롯한 미국에서는 동양과 다르게 여전히 조류 식품에 대해 기괴하고 역겨운 무언가를 먹는 디스토피아라고 상상한다. 김을 간식으로 즐기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래 식단으로 가기에는 조금 멀어 보인다. 

유전자를 조작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식품산업이 나날이 커가고 있다. 이를 ‘미생물 발효’라고 부른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유를 응고시키는 레닌이라는 효소가 필요하다. 전통 치즈는 어린 송아지 위 내벽에서 얻은 레닛을 사용한다. 1990년부터 재조합 DNA 기술로 만든 ‘레닌’이 사용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지금은 빨리 익는 토마토부터 갈변되지 않는 사과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닭 없이 만드는 달걀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숙주에 원하는 유전 암호를 도입한 후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고 생육 조건도 잘 맞추면 된다. 태초의 생태계와 적응의 과정이 점점 생략돼 가고 있다. 

모조 동물성 식품 세포 배양육도 마찬가지.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동물세포로 구성된다. 세포에 영양소를 공급해 증식시킨 뒤 큰 덩어리가 되면 닭고기나 쇠고기, 오리고기 등 진짜 고기와 흡사한 형태로 만든다. 맛 등의 몇 가지 이유로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환경오염과 산업적으로 키워진 동물에 식생활을 의존하지 않고 대량생산으로 식량난 해결 취지가 공감대를 얻는다면 머지않아 각광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각의 즐거움과 추수 감사절 저녁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처럼 오감의 기쁨을 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주 비행사 메뉴에서 배양육이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음식 관심을 넘어 아직 먹을 수 있는 재료를 모아서 더 많은 음식을 만드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너무나 많은 식품이 권장 소비기한이 지나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다. 식품 폐기물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로 요리사들은 이를 활용한 요리를 개발해 임시 레스토랑을 열어 선보이고 있고 식품 공급 과정의 비효율성을 알리는 행사들도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기업들이 꺼리는 일이다.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식품, 전 세계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형태와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음식물 업사이클링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 저자는 “식품의 영양이 다양한 이상, 업사이클링 된 제품의 영양가 역시 다양할 것”이라고 말한다. 

식생활에 체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20년 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을까. 지금 우리 식탁을 채우고 있는 음식이 여전히 있기는 할까.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요리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필요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요리들을 만들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식품을 디지털 기술만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온라인 세상에서처럼 식품을 통해서도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힐 것이다. 그리고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식품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저자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학적인 지식을 조금 더 갖춰 식생활이 완전해지고 즐거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다양한 ‘실험실 음식’들이 우리 식탁을 찾고 있는 지금 먹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식탁은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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