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필의 승소열전]

권형필 변호사
권형필 변호사

당사자 능력이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을 의미하는바, 민법상 권리능력과 대응되는 개념인데 쉽게 풀어 이야기하면 ‘민사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인지’의 문제다. 소송 당사자가 당사자능력이 없는 것이 분명한 경우 법원은 각하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미 사망한 사람’은 권리능력이 없고, 당사자 능력이 없으므로, 상속인이 없는 한 각하 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이처럼 민사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은 기초가 되는 문제인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선관위는 당사자 능력이 없으므로 선출 결과와 당선자 공고를 하는 행위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사안이다. 아래는 원고의 자세한 주장과 법원의 판단이다.

원고는 제1심에서 공동피고였던 이 아파트 선관위에 대한 부분에 대해 선관위에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으므로, 선관위가 2016. 7. 11.에 한 당사자 공고는 무효고, 이와 같이 당선자 공고가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결의 역시 적법절차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원은 선관위는 2016. 7. 11. 연명으로 이 사건 결의에 따라 C가 당선자로 선출됐을 공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다만 선관위가 소송상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 당선자 공고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민법은 일정한 요건 하에 비법인사단의 권리능력을 인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비법인 사단이라고 하더라도) 고유의 목적을 갖고 사단적 성격을 갖는 규약을 만들어 이에 근거해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고, 기관의 의결이나 업무집행방법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행해지며 구성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되고 그 조직에 의해 대표의 방법, 총회나 이사회 등의 운영, 자본의 구성,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주요사항이 확정돼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다2431 판결)는 입장이고, 이는 확고한 법리로 자리 잡아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민사소송법에서는 조문으로 비법인 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즉 민사소송법 제52조는 ‘법인이 아닌 사단이나 재단은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단이나 재단의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정해 비법인 사단이 법인은 아니더라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췄다면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통해 사회적 활동이나 거래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당사자의 자격에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단이란 일정한 목적을 위해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법리로 인해 판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는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즉 선관위는 2년마다 선출하는 선거를 위해 구성되는 조직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하부기관에 불과하며, 비법인 사단이나 재단도 아닐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사회적 조직체라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소송에서의 당사자능력을 의미할 뿐 그 이유만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고한 당선자 공고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없는 선관위라도 당선을 공고했다면 이는 적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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