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해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 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 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한다. 이런 때면 누구나 큰 행운으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쓰고 싶어 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일의 성패는 70%의 운(運)과 30%의 기(技, 재주‧노력)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다는 것으로,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원하는 소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 괴담소설의 태두로 꼽히는 청나라 문인 포송령(蒲松齡, 1640~ 1715)의 단편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운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포송령은 낙방거사 지식인으로 말년인 일흔두 살이 돼서야 과거시험을 통과했고 평생을 민간설화 수집에 매달렸다. 요재지이는 ‘삼국지’,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유림외사’, ‘홍루몽’, ‘금고기관’과 함께 중국 팔대기서(八大奇書)에 속하는 문학고전이다. 

요재지이에는 인간과 귀신 등 온갖 소재의 몽환적인 수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홍콩영화 ‘천년유혼’의 모티브가 된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중 한 이야기다. 한 선비는 자신보다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도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했다. 그는 옥황상제에게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술 시합을 시켜놓는다고 대답했다.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더 많이 마시면 분개한 것이 옳은 일이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체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기 결과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셨고, 정의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했다고 했다. 옥황상제는 “세상사는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게 아니라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있다”면서 “3푼의 이치도 있는 법이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그를 토닥여 돌려보냈다. 

로또 당첨 같은 왕대박은 운칠기삼으로 설명하기에는 왠지 부족해 보인다. 고대 로마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는 ‘늘 운이 좋은 사람은 흰 까마귀보다 드물다’고 했다. 영국 속담에 ‘사람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운’이라는 말도 있다. 전적으로 천운이라고 해야 수긍이 간다. 로또의 법칙을 굳이 찾는다면 로또를 사지 않으면 당첨 확률이 제로(0)라는 점과 당첨자는 꼭 나온다는 점이다. 로또는 ‘역시나’ 하면서도 물리칠 수 없는 서민들의 희망이다. 

거저 얻어지는 행운은 없다. 대개 노력하는 사람을 따라간다. 행운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얼마든지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도치 않은 좋은 성과)’의 대운을 만날 수 있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첫발을 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푸른 용의 갑진(甲辰)년 새해에 독자 여러분 모두 행운이 있기를 응원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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