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대주관 등 관련단체 의견 안듣고 현황 파악만”
관리현장선 시행일 지났어도 업무가이드조차 못 받아

공동주택 재활용 폐기물 공공책임수거제도가 지난달 28일 시행됐음에도 정작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는 시행 사실은 물론 제도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나 지자체가 개별 공동주택에 별도 안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책임수거제는 공동주택이 민간 수거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에서 지자체와 민간 수거업체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2018년 재활용 폐기물 수거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재활용 시장이 침체할 때마다 수거 중단 발생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공동주택의 재활용 폐기물 수거를 지자체가 책임지고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020년부터 제도 시행을 추진하면서도 구체적인 시행 방향과 제도 정착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운영지침을 마련해 내부 보고를 했을 뿐이다.

환경부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2022년 서울시와 시범사업을 펼치면서도 그 결과를 공유하거나 개선사항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듣는 시간조차 갖지 않았다. 이해관계자 협의나 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리현장은 시행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무가이드는커녕 안내 공문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천 모 아파트 A관리사무소장은 “현장은 그냥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라는 거냐”고 분개했다. A소장은 “공동주택은 수많은 타법과 얽혀 있어 어떤 제도가 도입됐다고 해도 정부와 지자체가 알려주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한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정책국장은 “환경부가 지금까지도 대주관 등 공동주택 관리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체적으로 현황 파악만 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선택사항’ 규정해 영향 최소화

경기 안양시 모 아파트 B소장은 “재활용품 수거와 관련해 업체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수거품목, 금액을 조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적자치 영역까지 관여한다고 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지자체가 재활용품 수거를 책임진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아파트와 수거업체가 직접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내용을 문제 삼아 업체가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하거나 금액을 낮게 책정하는 사례가 있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공책임수거제는 선택사항이므로 관리현장에 큰 부담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지자체들과 실효성 있는 제도 운용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도 논의 당시 환경부는 지자체가 수거업체를 선정 및 관리하게 되면 관리사무소가 직접 업체와 계약금액을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계약금액의 수준에 따라 소장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관행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환경부가 지자체의 재활용폐기물 매각수입 처리에 대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자칫 잘못하면 재활용품 판매를 통한 잡수입 적립이 어려워지거나 금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 

환경부는 2020년 9월 대주관을 통해 공동주택 재활용폐기물 공공책임수거 타당성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때 환경부는 △해당 아파트에 현금으로 지급 △해당 아파트 재활용폐기물 분리수거시설 효율화·고도화 등에 사용 △지자체 폐기물처리 예산 등으로 사용하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환경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수입을 아파트에 지급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책임수거제 규정은 폐기물관리법 제14조의 6으로 신설됐다. 개정법에 따라 지자체장은 생활폐기물 처리를 대행하게 하는 경우 폐지, 고철, 폐합성수지 등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폐기물의 수집·운반 또는 재활용을 별도로 대행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대행자가 △계약에 따른 수집·운반·재활용을 회피하거나 거부한 경우 △분리배출된 품목을 혼합해 수집·운반·보관한 경우 △처리 능력 초과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대행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밖에 환경부령으로 정한 경우 지자체가 대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지자체장은 환경부령 내에서 시장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 수익금은 특정 품목의 배출자에게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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