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선임 의무 생길 때마다 요구할건가” 불만 높아져
“관리비 올리는 제도 시행 늦춰 부작용 최소화해야” 지적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안전 증진을 구실로 각종 관리자 선임 의무가 늘어나면서 관리사무소장은 자격자를 구하느라, 관리직원들은 별도로 자격증을 따느라 저마다 난리다. 

아파트 등의 입주민 안전을 위해 강화된 법규인데, 정작 아파트 소장들은 입주민에게는 비용부담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고 애먼 관리직원이 자격증 취득 압박에 시달려 입이 삐쭉 나와 있다는 이야기다. 

◇관리직원은 “자격증 따라는 부담감에 불만”

아파트에 떨어지는 각종 의무화 부담에 관리직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많은 아파트에서 소장들이 관리비 인상을 우려해 관리과장, 시설과장에게 기계설비‧전기 등의 자격증 취득을 요구한다는 것. 일부 관리직원은 이러한 등쌀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자격증 취득에 나서기도 한다. 

충북 모 아파트의 시설대리 A씨는 소장의 권유로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자격증 취득을 계획 중이다. 2021년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임시자격을 부여받은 A씨는 “관리직원 이직률이 높다 보니 임시자격 조건에 해당하는 직원이 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소장이 자격증 취득을 권유해 임시자격이 종료되는 2026년 이전에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 모 아파트의 B관리과장도 소장이 “자격증을 따는 공부를 하라”고 해 지난해 9월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아파트는 800여 세대로 지난해 말까지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선임해야 과태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B씨는 “사무소 분위기를 보니 내가 자격증을 따야 할 것 같아서 땄다”며 “관련학과를 나와 자격증 취득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고졸 또는 비전공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의 자격증 취득 요구에 아파트 관리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C씨는 “기사들은 보통 3교대 근무라 야간근무, 당직 등이 잦아 업무와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기 어렵다”며 “강제 사항은 아니라지만 권유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D씨는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을 보아 앞으로 또 다른 선임 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기존 직원에게 자격증 취득을 요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자격 수당 10만 원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소장은 “관리비 인상 막느라 부대껴”

이에 소장들은 관리비 인상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용인시 E소장은 “관리자를 추가 선임하면 인건비가 오롯이 입주민 부담으로 돌아오는데 어느 입대의가 좋아하겠느냐”면서 “직원 모두에게 자격증 취득을 권유했으나 다들 안 하려고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소장은 ‘관리직원에게 권유하기 전에 입대의와 추가 선임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싫어할 것이 뻔해서 얘기도 안 꺼냈다”며 “입대의가 기존 직원에서 해결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무작위로 통화한 전국 각 지역 소장 10여 명은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우선 “일차적으로 관리직원에게 자격증 취득을 권했으나 대부분 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 “경력을 갖춘 직원이 일단 임시자격을 부여받았는데 앞으로 자격증 취득 의사는 없다고 하기 때문에 임시자격 종료 시점이 되면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등이다. 

소장들은 “입대의가 개정법에 따라 관리자 선임 의무는 알고 있으나 굳이 관리자 추가 선임에 관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입대의 측에 굳이 비용 이야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아파트 의무화’ 해법은 어디에?

한 주택관리사는 “각종 제도는 관리비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아직도 관리주체와 입주민은 ‘관리비 절감’을 공동주택 관리의 최고 가치로 여기고 있다”며 “현장은 관리비 절감보다 안전을 우선하고, 정부는 제도를 천천히 시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은 “자격증 취득자를 외부에서 채용할 경우 인건비가 높아져 이를 환영할 입주민은 없을 것”이라며 “자격증을 따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줘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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