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성형주 지음/ 동아일보사)
농업의 미래(성형주 지음/ 동아일보사)

“농업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첨단산업일 것이다. 지속적인 혁신으로 인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생산해 왔고, 타 산업의 촉발과 발전에 토대를 제공했기에 첨단산업이다.”

첨단산업이라 하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나노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시대를 이끌어 가는 하이테크 분야를 떠올린다. 상대적으로 낙후해 보이는 농업이 첨단산업이라고 하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시대마다 최고의 기술과 시스템이 농업에 적극 도입되며 생산성이 향상돼 왔다고 말한다. 

미국 역사학자 조이스 애플비는 ‘18세기 산업혁명의 밑바탕에는 16세기 농업혁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혁명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식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발생한 유휴 노동력과 자본이 서서히 다른 경제 활동으로 이동했으며, 이것이 산업혁명 태동의 물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19세기 농업혁명은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통쾌하게 뒤집었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밖에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인구 과잉으로 인한 식량 부족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다행스럽게 그의 예측은 빗나갔고 불과 한 세기 동안 60%나 증가한 인구를 부양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비료, 농기계, 품종 개량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룬 20세기 농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모두 첨단과학 기술이 빚어낸 산물이었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기술 발전과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국을 기준으로 1948년부터 1999년까지 농업 생산성의 성장률은 연 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성이 연 1.3% 성장에 그쳤다. 

세계 80억500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오늘날 농업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량 투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방식은 토양과 수질오염 등 부작용을 부르고 있다.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가능성이 상존하며 대량 투입의 한계로 인한 수확량 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생명 산업인 농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 각국은 다양한 디지털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은 농무부가 농업 관련 데이터를 생성 관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과학연구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2020’ 계획 기간에 농업과 임업 농촌 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약 10억 유로를 지원했다. 일본도 농업 빅데이터 공유 관리 플랫폼 WAGRI을 구축, 데이터 연계 공유 제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농업 위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농가 고령화, 소비 트렌드 변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 수입 농산물 증가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스마트 농업을 위한 근본적 대책과 혁신이 절대 필요하다. 

농산업융합연구소를 설립, 운영하는 저자는 우리 농업과 농촌이 당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유일한 대안이자 출발점이 ‘농산물유통 디지털 혁신’이라고 말한다. 핵심은 산지 유통 거점화와 규모화를 위한 ‘주산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 구축’과 ‘농산물거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구축’ 사업이다. 

저자는 우리는 농업생산 현장과 유통현장에 적용 가능한 혁신기술을 단기간에 창출할 만한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생산과 유통 주체 간 경쟁을 보다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개선된다면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수확이 끝나고 휑하니 찬 바람이 불어오는 들녘을 바라보면서 한국 농업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어려움이 가중되거나 아니면 혁신의 출발점을 찾아 도약하거나 둘 중 하나다. 훌쩍 다가온 데이터 경제 시대, 우리 농업이 ‘디지털 전환’의 파종을 통해 ‘첨단산업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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