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수신료 등 일방적 시행 수두룩
성난 관리현장 “제발 현장과 소통해달라”

정부가 최근 2년 사이 공동주택 관리현장과 논의 없이 무턱대고 법적 의무를 늘렸다가 시행 유예, 규정 완화 등의 수단으로 성난 현장 달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도 시행일이 다가올 때마다 전전긍긍하는 주택관리사들은 “언제까지 관리 종사자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들거냐”, “이럴 거면 그냥 규정을 삭제하라”고 지적한다.

임한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정책국장은 “입주민 안전이 중요해지니 안전 관련 의무 규정이 늘어나는 건 이해한다”면서 “법 개정 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게 보장돼야 시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관과 관리 전문가들은 “일단 제도 시행부터 해놓고 유예기한을 주는 것은 문제가 많다”면서 “관계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공동주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해 보고 꼭 필요한 제도인지 고민해 대책을 충분히 마련한 후 시행하는 게 맞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근 정부가 무작정 추진했다가 현장의 반발을 사는 바람에 결국 내용이 후퇴한 각종 제도를 알아본다.

◇법 적용 유예·완화로 급한 불 끄기

▷기계설비 관련 의무화= 2018년 기계설비법 제정 당시 국토교통부는 제정법 시행일부터 공동주택도 기계설비관리자 선임 및 성능점검 의무를 지도록 정했다. 하지만 대주관이 공동주택 관리업무의 특수성과 관리비 상승 및 이로 인한 설비직 근로자 고용불안 등 현장 적용의 어려움을 알리면서 단지 규모별로 시행 시점을 2021년부터 올해까지 순차 적용했다.

이후에도 국토부는 △기존 기계설비 근로자에 5년간 임시 등급을 부여(2021년) △타 단지 근무 경력도 자격 인정범위 포함(2022년) △관리주체 직접 성능점검 허용, 직접 점검 기준 완화(2023년) △자격 선임 및 성능점검 과태료 규정 유예(매년) △임시유지관리자 자격전환 기준 완화(예정) 등 점차 기계설비 규제를 현장 여건에 맞춰 완화해야 했다.

▷관리용역 부가세 부과=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중규모 공동주택 및 비수도권 읍·면 지역 공동주택의 관리용역(일반관리, 경비용역, 청소용역)의 부가가치세는 20년째 과세가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면제 적용기한을 2025년 12월 말까지로 늘렸다. 정부가 공동주택 관리용역에 부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게 2001년 3월이다. 

정부 발표 이후 주택관리업자 단체와 입주자대표 단체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발하자 정부는 부과 방침을 유보하고 지금까지도 2~3년 단위로 면제기한을 부여하고 있다. 일몰시한이 다가와도 관리업계는 “항상 그랬듯 당연히 연장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공동주택 고려 없이 제도만 시행

▷TV수신료 분리 징수= 지난 7월 불거진 TV수신료 분리징수 이슈는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정부와 KBS, 한국전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당초 정부는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적극 추진하면서도 7월 12일 개정 방송법령이 시행되기 직전까지도 제도의 영향권이나 뒤따라올 문제에 대한 해법을 분석하지 않았다. 당장 TV수신료를 전기료와 분리해야 하는 한전 역시 제도 시행 직전이 돼서야 급작스럽게 “공동주택이 직접 수신료를 분리 고지 및 징수하고 별도 수납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통보를 내렸다. 

관리현장에서 관리사무소의 수신료 징수 위법성 등 문제를 지적하고 한전과 KBS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지만 한전 등은 현재까지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 휴게시설 의무화= 고용노동부가 공동주택에 대한 이해 없이 지난해 8월 경비원 등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를 공표한 탓에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인 상시근로자수를 개별 단지를 기준으로 봐야 할지, 위탁·용역사를 기준으로 봐야 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 

고용부는 처음에는 “관리방식과 관계없이 무조건 아파트별로 산정”이라거나 “업체 소속 직원을 기준으로 산정”이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렸다. 이후 고용부는 ‘입대의의 사업주성이 기준’이라며 수습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