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담당자 “소장 문제제기 10개 사례 중 4개 행정지도”
소장 “지자체 안일한 조치에 할말 잃어” 노동부에도 신고

자치관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심한 갑질에 관리사무소장과 직원들이 괴롭힘을 당하다 노동부에 신고해 특별사법경찰관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자세한 내용을 신고받고도 일부만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해 불만을 사고 있다. 

회장의 갑질에 관리직원의 퇴사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결국 입대의 임원들이 회장 해임을 준비 중이다.

서울 강동구 모 아파트 A소장은 “올해 임기를 시작한 B회장의 심각한 갑질로 직원들이 스트레스로 심신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관리과장이 불면증으로 시달리다 사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직원과 나도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지만 회장이 ‘도둑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며 누명을 씌워 나갈 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C경리주임은 “B회장이 취임 직후 지난 5년 치 장기수선충당금 지출과 전기·수도 요금 내역 등 과거 자료를 요구했다”며 “밤 12시까지 지출 전표 등을 복사해 줬지만 오탈자 등 사소한 것만 나왔을 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D설비과장은 B회장이 자신을 따로 불러 관리사무소 안의 비리 제보를 권유하고 위탁관리로 바꾸겠다는 말도 해 실직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E경비반장은 “직원들이 퇴근한 밤에 B회장이 관리사무소에 들어와 자료를 뒤지고 복사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B회장의 출입 내역을 기록한 경비일지를 보여줬다. 그는 또 “B회장이 쓰레기를 주워 관리실 앞에 가져다 놓고는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면서 “심지어 그는 야간에 떨어진 휴지를 새벽에 갖다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탈을 쓰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A소장은 지난 5월 B회장의 부당간섭과 업무방해 사실을 구청에 신고하고 조치해 달라는 민원을 냈으나 구는 인터넷 국민신문고에 답변만 올리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지자체의 미지근한 대응

구 공동주택 담당자는 지난 6월 민원 회신을 통해 “A소장이 문제를 제기한 10개 사례 중 4개는 인정돼 B회장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겠다”며 “나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B회장이 관리비 체크 카드를 받아 물품을 직접 구입하거나 경비반장과 관리직원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하는 것은 법규 위반이므로 향후 이런 업무가 소장을 통해 이뤄지도록 지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회장이 직원 퇴근 후 관리실에서 들어가 서류를 열람, 복사하는 행위와 관련해 서류 열람 등은 관리주체의 업무이므로 직원들 퇴근 전 업무 시간 내에 이뤄지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B회장의 자료 복사요구는 관리규약에 자료 열람에 대한 공식절차가 없고 회장의 요구 시 경리주임이 신청서 작성 및 복사수수료 납부 안내를 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소장에게 일간 보고서 등을 요구하거나 관리주체가 구매한 물품의 판매자에게 전화로 확인하는 것 등은 입대의의 자치기구에 관한 감독 권한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구청의 판단이다. 

아울러 관리주체 및 직원들에게 자퇴 권유 및 위탁관리 전환 협박 등을 했다는 내용은 회장의 진술과 차이가 있어 부당행위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구청 측은 밝히고 있다. 

◇노동부 조사 착수

결국 A소장은 “지자체의 안일한 조치에 할 말을 잃었다”며 지난 6월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노동부 특사경이 조사를 시작하자 B회장은 조사관 기피신청을 냈고 현재는 교체된 담당자가 관리직원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 입대의의 한 임원은 “B회장이 권한을 넘어 아파트 운영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며 “당장이라도 해임결의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B회장의 말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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