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겨울잠을 자던 귤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창문을 열어 보니 봄이 들어와 있었다

 

향기는 날아가고 

봄비처럼 떨어지는 꽃송이들

배꼽에서 콩만 한 귤이 열리고

와글바글 베란다가 들썩였다

 

햇살이 가득한 날 가지마다

푸른 귤이 몸집을 부풀리더니 

황금 덩어리로 변해갔다

 

뚱뚱하게 살찐 귤을 

두근거리는 가위로 자르고 나는

오랫동안 참았던 감정을 입속에서 터트렸다

 

차마 도려내지 못한 

귤나무 한그루가 새콤달콤 들어온

어느 늦가을이었다

 


한영희  l 2018년 투데이 신문 직장인신춘문예 등단 /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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