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측 “충분한 논의 없었다…돌봄센터 설치를” 주장
임대의측 “완공 1년도 넘었는데…돌봄센터는 다른 곳에”

임대와 분양이 혼합된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작은도서관 개관 문제를 두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 간에 갈등이 빚어져 1년 5개월째 도서관 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경기 하남시 모 혼합 아파트에 거주하는 임차인 A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지원금과 입주민들의 기부물품으로 지난해 7월 단지 내 작은도서관을 만들었지만 입대의에 막혀 현재까지 개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생활 친화적 도서관 문화의 향상을 주된 목적으로 아파트 등에 설치한 도서관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500세대 이상 임대 및 혼합단지에는 작은도서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작은 도서관은 33㎡ 이상의 공간에 도서가 1000점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되지만 이 아파트에 설치된 작은도서관의 면적은 100㎡ 이상이라고 한다. 

A씨에 따르면 도서관의 면적과 위치는 이 아파트가 지어질 때부터 결정됐다. 그는 “많은 입주민이 도서관 개관을 바라고 있어 수차례 개관에 관한 논의를 위해 입대의 측에 만남을 요청했다”면서 “입대의 측의 거절로 개관이 연기돼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도서관을 운영하려고 해도 분양 입주민들이 재산권을 문제 삼아 LH와 시청에 “왜 허가를 내주고 지원금을 내줬냐”고 민원을 넣는 탓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작은도서관 공모 당시 임대의가 입대의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또 단지에 자녀를 둔 세대를 위해 기준 면적을 초과한 작은도서관을 쪼개 다함께돌봄센터를 설치하려는 의도다.

입대의 B회장은 “작은도서관 완공 이후 일부 입주자들이 개관 반대 의견을 낸 것”이라며 “입대의가 무단으로 도서관 개관을 막았다면 관할관청에서 행정명령이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 입주민을 대상으로 도서관 개관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친 뒤 그 결과를 임대사업자인 LH에 전했고, 운영 중지를 확인받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분양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재 개관 준비 중인 면적으로 즉시 개관(찬성)’과 ‘추후 현재 면적을 변경하고 지원금을 득해 재논의(반대)’ 투표에서 입주민 141명 중 반대 107표, 찬성 34표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임차인 측이 지난 8월 임대 입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서관 개관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자 290명 중 개관 찬성이 259표, 반대 31표였다고 한다. 

작은도서관 운영과 관련해 분양 입주민 사이에서는 도서관 매니저 자리를 놓고 임대의가 임대의 구성원 중 1명을 따로 추천했다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는 사실이 아니며 LH의 매니저 모집 공고상 임대주택 입주민 중 관련 자격을 갖춘 사람이 채용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이 완공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A씨는 LH, 하남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양 기관에서도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A씨의 질의에 LH관계자는 “분쟁 중인 사안은 입주자 및 임대의 간 의견 차이가 있어 발생한 것으로 양 대표회의와의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하라”고 답했다. 하남시 주택과 관계자는 “관계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입대의, 임대의 및 임대사업자가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현재 임대의 측은 시설과 물품이 제대로 갖춰진 도서관은 그대로 두고 단지 내 유휴 공간에다가 돌봄센터를 설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입대의는 임대의 등과 논의를 거쳐 작은도서관을 리모델링해 돌봄센터 설치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은택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아파트의 경우 임대의, 입대의, LH 등 3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해 현 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법적 근거는 없지만 자체적으로도 공동관리규약을 만들어 사전에 논의하고 의결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안이 도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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