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기록 검색・24시간 영상 편집 등 민원에 ‘몸살’
“경찰 입회하에 볼 수 있도록 방식 다시 고쳐야” 호소

아파트 단지 내 CCTV 영상 열람 문제로 관리사무소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청이 ‘경찰 입회 없이도 아파트 단지 내 CCTV 영상 열람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은 이후 1년간 관리사무소는 입주민의 과도한 열람 요청과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대전 모 아파트 관리직원 A씨는 최근 CCTV 영상 열람 문제와 관련해 경찰로부터 “인력이 없어서 CCTV 영상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비난까지 들었다. 

문제는 단지 내에서 발생한 주차차량 접촉사고에서 시작됐다. 한 입주민이 CCTV 열람을 요청하자 관리직원이 경찰서에 접수하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경찰 측은 ‘정보주체의 열람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대응했다.

A직원은 “사고 시점을 모르니 영상기록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매달릴 인력이 없고 제3자 정보를 모자이크 처리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관리직원이 인력 부족 핑계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업무를 안 할 거면) 왜 입주민이 관리비를 내고 있냐”고 말했다는 것.

또 다른 아파트의 관리직원 B씨는 “경찰이 ‘제3자를 촬영하거나 관련 정보를 메모하지 않는다면 CCTV 영상을 그대로 보여줘도 문제없다’고 설명해 입주민의 열람 요청에 응했는데 최근에야 그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관리직원 C씨는 “경찰이 메모지로 제3자 정보를 가리라고 하길래 움직이는 영상을 어떻게 메모지로 가리냐고 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듯 1년이 되도록 CCTV 열람에 대한 경찰의 판단이 제각각이어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다수의 관리직원은 경찰청의 안내 이후 “다른 일 다 제쳐두고 2개월 분량의 CCTV 영상을 찾아 차 오염 시점을 알아내라”거나 “영상편집 방법을 알려줄 테니 24시간 분량 모두 모자이크 처리해서 달라. 거절하면 입주민 카페에 올리겠다”는 민원이 이어졌다고 호소했다.

◇“비식별 작업·비용 관리소 몫” 요구

아파트로서는 자체적으로 CCTV 영상 열람 절차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CCTV 영상 열람 목적과 요청자 정보를 기재하는 CCTV 열람 신청서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비식별처리 방법과 비용이다. 50대 이상 직원들은 아무리 공부해도 영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식별처리 작업 방법을 숙지하기 어렵고 외부업체에 맡기자니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문제라는 것.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CCTV 열람 요구자가 부담해야 하는 외주 비용을 관리사무소가 부담하라는 황당한 요구도 있었다. 관리직원 D씨는 입주민에게 CCTV 영상의 비식별처리 비용은 세대에서 직접 부담하라고 말했지만 입주민은 “변호사 말로는 관리사무소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더라”고 맞서 곤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E아파트는 결국 입대의에서 비식별처리를 관리사무소가 하도록 원칙을 정했다. 이에 열람 요청자를 제외한 정보를 모두 종이로 가려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영상 해상도를 낮춰 제공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 F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경찰의 민원 돌리기에 관리사무소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CCTV 열람 요청이 무원칙하게 제기돼 관리사무소가 곤란해지지 않도록 경찰 입회하에 열람할 수 있도록 다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 경찰청에서 CCTV 영상 비식별화 처리 비용의 부담 주체를 명확하게 홍보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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