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문구 확실하게 작성하고 돈 주기 전 증거 남겨야
허위 차용증・다운계약서 제의 받을 땐 거절하는게 좋아

지난달 펜싱 전 국가대표 남현희와 전청조라는 사람의 약혼 소식이 보도된 이후 한 달여간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성별을 오가며 결혼 빙자 사기를 벌여왔던 전청조의 사기 행각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사기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도 높아졌다. 

아파트는 입주민의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등 수억 원의 금액을 관리하고 있어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쉽다. 최근 광주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험계약 사기가 발생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기꾼들은 계약자인 관리사무소장과 친분을 쌓은 후 보험료를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계약의 피해자인 소장이 피해액을 고스란히 떠안고 아파트를 떠나는 일도 발생했다. 

임채원 변호사는 검사 시절인 지난해 말 펴낸 저서 ‘임 검사의 사기 예방 솔루션’을 통해 “법률행위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합리적 의심’과 ‘증거 남기기’ 등의 행동 지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3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사기 사건을 많이 다뤄온 임 변호사가 말하는 사기꾼들의 특징과 아파트 관리업무 시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소개한다. 
 

사기꾼의 특징, ‘이것’을 유심히 봐야 

임 검사는 저서에서 “사기꾼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며 “차용증이나 계약서 작성 시 중요한 문구를 애매모호하게 작성하지는 않는지 반드시 확인하라”고 말한다. 차용증이나 계약서의 문구가 애매모호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가 원하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해 애써 작성한 계약서가 분쟁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기꾼은 계약서를 쓰며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나중에 고소를 당하면 유유히 빠져나간다. 

사기꾼은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고 사기를 친 후에는 연락이 안 된다. 요즘 말로 ‘먹튀’다. 또 사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잘 된다’고 피해자를 현혹한다. 장롱 특허를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

우선 사기꾼의 말에 모순은 없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말속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공문의 진위, 각종 증빙 자료 등은 반드시 확인한다. 

상대방에게 돈이나 재물을 주기 전에 문서 등의 증거를 남겨야 한다. 목적을 달성한 사기꾼은 더 이상 피해자의 증거확보에 협조해 주지 않는다. 문서는 가급적 자필로 받고 작성자의 이름 옆에 도장이나 법인의 직인을 찍는 것보다 무인을 찍거나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해 출력한 후 도장을 찍었음에도 그 문서에 자신의 필적이나 무인이 없는 점을 악용해 그 문서가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일도 있다. 

계약할 때는 계약서의 초안을 미리 받아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한다. 또 계약서나 차용증 등에 서명 날인을 할 때는 반드시 문서의 내용을 읽어봐야 한다. 급한 상황을 만든 후 서명날인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백지에 서명, 날인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차용증에는 빌려 가는 돈의 용도를 반드시 기재해 달라고 요구한다. 피고소인이 돈의 용도를 속인 경우 용도사기를 입증하지 못하면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문자 메시지나 녹음, 동영상을 남긴다. 시간 또는 장소의 제약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다면 대화를 녹음하거나 동영상을 찍는 게 좋다. 제3자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처벌되지만 대화에 참여한 자가 녹음한 것은 처벌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갑’의 위치에 있어서 문서 작성 요구가 어렵다면 구두로 계약 체결한 직후 계약의 핵심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한 답장을 캡처해 보관한다. 

실제로 돈을 빌리거나 계약이 체결된 바가 없음에도 ‘남에게 보여주기만 하겠다’면서 허위 내용의 차용증이나 다운계약서를 써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면 거절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작성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반대문서’를 받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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