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용 줄이려 조경 업무 외주 안주고 직원들에 맡겨
“입대의, 지원요청에 묵묵부답” 다친 직원 울분 터뜨려
“관리직원 산재 발생 시 소장도 책임질 수 있어 주의를”

아파트 관리비용을 아끼려고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조경업무를 하다 다친 관리직원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비용지원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세종시 한 아파트에 근무하는 A계장은 지난 9월 단지 잡목의 전지작업 중 장갑이 그라인더에 딸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손목 인대 2개가 손상되고 접합수술을 받아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A계장은 “관리사무소장을 통해 입대의에 병원치료비 중 보험 비급여분 210여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며 “물리 재활 치료와 손목의 흉터 치료 비용에 드는 600여만 원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할 상황”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A계장에 따르면 이 단지는 관리사무소에서 지난해 말 사업계획 및 예산을 짤 때 올해 조경 예산을 9000만 원 정도로 검토해 제시했다. 그러나 3000만 원의 예산이 삭감돼 전지작업 등을 전문가가 아닌 관리직원들이 하게 됐다. 당시 관리비 절감을 내세워 전지 업무 예산을 삭감한 동대표가 이번에 가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계장은 “입원해 있을 때 입대의 회장과 감사가 방문 및 전화로 치료비를 최대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며 “이번에 약속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전지작업을 지시한 동대표가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B소장은 “9명으로 구성된 입대의에서 그동안 두 차례 성실하게 이번 사안을 논의했다”면서 “반대하는 동대표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원에 대해 호의적이므로 연내에 잘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갑질에 속수무책인 관리직원의 비애를 절감한다는 A계장은 “동대표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업무 중 부상을 입었을 때 회사에 청구하지 말고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라고 말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도의적인 책임과 진정한 위로를 바랐던 것이 너무 큰 기대였나”라고 물었다.

A계장은 또 “업무상 재해 발생 시 물리치료비, 흉터 성형 등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민사소송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 “12월 입대의에서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에서 화단 작업 중 기계톱에 팔이 베여 영구장해 진단을 받은 관리직원에게 위탁사와 소장이 손해 배상금 1억5000여만 원을 물게 한 판례도 있다. 당시 관리직원은 입대의에도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입대의가 직원의 사고에 관해 직접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사용자 책임이 성립하려면 사용자가 불법행위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는 “입대의에서 관리비를 줄이려고 외부업체를 부르지 말고 관리직원이 하도록 할 때가 많다”며 “소장이 현장에서 이런 상황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전문업체가 할 일이라면 관리비 절약 욕심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주택관리사는 “직원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인 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관리비 절감과 직원 안전 중 우선순위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리 전문가는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기사는 종종 있으나 관리직원에 대한 갑질의 실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관리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과연 정성껏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 관리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결국 입주민에 대한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고 관리비 절감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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