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사 집단 반대에 일부 시군 공무원 무용론까지 대두
정보 대부분 이미 K-apt에 있어…“업무만 늘고 실익 없어”

경남도가 지난 8월 29일 실시한 공동주택관리 통합운영체제(GN-home) 사업설명회 현장.
경남도가 지난 8월 29일 실시한 공동주택관리 통합운영체제(GN-home) 사업설명회 현장.

경남도가 9월부터 운영 중인 ‘공동주택관리 통합운영체제(GN-home)’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관리현장의 반발과 일부 시·군 실무진의 무용론에 직면해 있다.

경남도는 GN-home 시스템의 본격 운영에 앞서 10월 창원지역을 시작으로 11월 16일까지 권역별로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시·군 담당 주무관을 대상으로 시스템 설명과 교육을 실시한다. 동시에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의 시스템 사용을 담은 2023년 경남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을 내놓고 의견청취를 거쳐 11월 16일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준칙까지 개정해 시스템 이용률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전략이다. 

GN-home은 △전자문서 작성 및 전자결재 도입 △공고문 회의록 등 모든 문서 입력 및 공개 △전자투표 실시·공개 △단지별 관리비 공개(K-apt 연동) 등이 핵심이다. 전자문서는 43개 양식이 제공된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은 미미하다. 전자문서 작성과 전자결재 외에는 내놓을 게 별로 없다. 관리정보 대부분이 이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공개되고 있고, 공고문·회의록, 각종 용역계약 내용까지 동별 게시판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업무 역시 촘촘한 관련법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공개되고 있다. 

경남지역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혈세를 들여 유사 시스템을 이중삼중 구축해 업무를 가중시킬 만큼 실익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투표는 무료라지만, 실제 공동주택단지에서 주로 활용하는 SMS 모바일 기반 전자투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도가 일방적인 교육과 준칙개정을 진행하자 ‘초기에 강력한 반대로 백지화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남도회 홈페이지에는 도회장 후보자들에게 ‘GN-home 도입 문제점과 향후 대처방안’에 대한 공개 질의가 게시돼 선거전 막판 변수로 등장하기도 했다. 도회장 후보자들도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경남도 A주택관리사는 ‘귀태’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반대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공동주택 관리종사자의 의견수렴을 배제한 절차적 흠결성, 제도의 중첩성, 콘텐츠의 한계성을 드러낸 전형적인 치적 쌓기용 제도라는 비판이다.

진주 모 아파트 B소장은 “정부와 국회의 무분별한 과잉 입법으로 공동주택 관리현장이 과도하게 통제당하는 상황에서 경남도가 중첩되는 제도를 만들고 준칙까지 동원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업적 쌓기에 불과한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항의 표시로 권역별 설명회 참석 거부와 시스템 이용 거부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양산 C소장은 “비슷한 시스템을 또 만들어 각종 관리정보를 입력하라니 말문이 막힌다”면서 “행정이 공동주택 관리를 통제하려면 차라리 아예 공적 영역으로 편입시켜라”고 꼬집었다.

군 지역 아파트 D소장은 “서울 인천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률이 낮아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들었다”면서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고 실익이 없다면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창원 E소장은 “편의성도 일부 있겠지만 준비 부족에다 주택관리사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F소장은 “개별 공동주택 관리정보도 개인정보처럼 보호돼야 한다”면서 “이 시스템이 과태료 부과나 표적감사를 위한 모니터링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시스템 운영비용의 시·군 부담도 논란이다. 경남도는 시스템이 안정되는 2024년 이후 연간 5억 원가량의 운영비용을 의무관리 공동주택 수에 비례해 시군별로 분담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 지자체 실무 담당자는 ‘지자체별로 많게는 연간 1억 원 이상 부담이 예상된다’는 말에 “가뜩이나 많은 공동주택관리 업무로 일손이 부족한데 업무 가중에다 비용부담까지 하라니 공무원들 사이에 ‘왜 해야 하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재관 경남도 건축주택과 공동주택관리 주무관은 “관리비 자료는 K-apt와 연동되므로 입력할 필요가 없고 업무편의와 입주민 정보제공을 위한 자료를 입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태료 부과를 위한 모니터링은 할 수도 없으며 시스템 운영비는 시군이 차등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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