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논의 안하고 대주관 의견 수렴도 없어
동대표 임기 제한·입대의 회장 단임제 등 규정
전문가 “피선거권 제한 등 유무효 다툼 가능성”

서울 마포구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관리규약 상생자문단을 위촉했다. [사진: 마포구청]
서울 마포구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관리규약 상생자문단을 위촉했다. [사진: 마포구청]

서울 마포구가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구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제정하자 현장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관리현장에 알리지 않은 채 ‘깜깜이’ 제정을 한 데다 피선거권 침해, 준칙 강요 등 갈등을 야기한다는 비판이다.

서울 마포구가 6일 밝힌 구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은 지난달 24일 제정한 것이다. 이 준칙에는 입주자등의 관리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전자투표를 우선 채택하도록 하는 규정과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동대표의 임기 제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단임제, 공동주택 내 정치적 행위 금지 등에 대한 조항이 포함됐다. 또 공동주택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 관리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마포구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관리규약 신고 수리 시 마포구의 준칙을 기준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해당 절차를 준수하는 공동주택 단지에 지원사업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해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포구 관계자는 “그동안 마포구 내 공동주택은 서울시가 제정한 준칙을 바탕으로 관리규약을 제·개정하고 있었지만 자치구마다 공동주택의 특성이 달라 서울시 준칙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준칙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마포구는 공동주택 관리비리의 핵심이유를 입대의 회장의 장기집권으로 보고 국토교통부에 입대의 회장 임기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이것이 이번 준칙에 입대의 회장 단임제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의 자체 준칙에 대해 김유석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주무관은 “입주민들의 동대표 및 입대의 회장 중임제한 요청으로 인해 마포구가 궁여지책으로 준칙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포구가 서울시와 논의 없이 준칙을 제정하고 법 조항을 넘어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주무관은 국토부에 관련 유권해석 요청이 들어올 경우 구체적으로 답변하겠다고 했다.

공동주택 관리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마포구 준칙의 주요 쟁점은 네 가지다.

▷제정 권한= 첫째는 기초자치단체에 준칙 제정 권한이 있는지다. 공동주택관리법 상 준칙 제·개정 의무는 시·도에 있다.

서울시 아파트관리팀 관계자는 “마포구가 자체 준칙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6일 민원을 받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각 시·도가 관리규약 준칙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마포구가 서울시와 논의조차 없이 어떤 기준으로 준칙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김 국토부 주무관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포구는 서울시와 논의를 했는지”를 먼저 물었다. 그는 “마포구가 법의 준칙 제·개정 규정의 의미를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대의 회장 임기 제한= 둘째는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한 동대표 및 입대의 회장 임기 제한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은 “준칙 제·개정은 각 시·도에 위임돼 있는 상황에서 자치구가 사적자치인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피선거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마포구의 준칙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영화 변호사(한영화 법률사무소)는 “마포구 준칙은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공동주택관리법령과 충돌해 유·무효 여부가 다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사법적 판단은 알 수 없지만 해당 규정의 문제로 관리규약 개정이 무효가 되거나 입주민간 다툼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마포구의 책임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의견 반영= 셋째는 준칙 제정 전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포구는 준칙 제정을 위해 지난해 아파트 관리규약 상생자문단을 구성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준칙 제정을 위한 자문단에 ‘변호사, 건축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와 지역 내 아파트 입대의 회장, 지역주민 등 12명’이 위촉됐다고 밝힐 뿐 이들의 관리 전문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작 관리전문가인 주택관리사단체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다. 이용원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마포지부장은 “마포구로부터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며 구청의 일방적인 준칙 제정에 불만을 표했다.

그동안 여러 시·도가 준칙 제·개정에 앞서 안을 내놓고 의견을 받던 것과 달리 마포구는 준칙안을 공고도 하지 않고 곧바로 제정에 착수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준칙 준수 강요= 넷째는 지원사업 가점을 빌미로 준칙 준수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에서 준칙을 참조해 관리규약을 제·개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준칙 내용을 아파트 사정에 맞게 반영하면 된다.

하지만 마포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준칙이 강제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지원사업 대상 선정에 영향을 준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원사업은 관리종사자의 고용, 관리비 절감, 입주민의 민원에 영향을 줘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1점의 가점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이 지부장은 “평소에도 마포구는 관리규약이 서울시 준칙과 다르면 수리를 반려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마포구 내에서는 준칙이 참조가 아닌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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