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이경숙 소장 3주기 “갑질 이제 그만!”
피해 소장들 “부당 지시 거절하자 폭언폭행 이어졌다”
법 실효성 높이기 위해 더 강력한 법・처벌규정 있어야

2020년 10월 28일 고 이경숙 소장을 추모하기 위해 동료 소장들이 분향소에 모였다.
2020년 10월 28일 고 이경숙 소장을 추모하기 위해 동료 소장들이 분향소에 모였다.

고(故) 이경숙 관리사무소장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의해 피살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동료 소장들은 “갑질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최근 주택관리공단의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관리직원 상대 폭언·폭행 사건은 총 1112건이며 지난해만 160건이 발생했다. 공동주택관리 전문가는 “피해를 입고도 언론과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 삭이는 분양·임대단지·소장들의 사연까지 더하면 1년에도 몇백 건의 갑질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이 숨진 2020년 10월 28일 이후 3년간 소장들이 입주민의 폭언·폭행 등 갑질 피해 사실을 본보에 제보해 기사화된 건수는 총 10건에 이른다. 

피해를 제보한 소장들은 주로 “입주민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폭행과 폭언이 이어졌다”고 호소했다. 소장과 직원을 괴롭힌 입주민은 △잡수입 통장을 별도로 개설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노후변압기 교체를 위해 전기공급을 중단했다 △전출입 기간 중 주차장에 차가 많았다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것 등을 이유로 댔다.

서울 마포구 A소장은 “입주민 본인이 택배기사의 카트를 마음대로 가져가 절도 혐의로 고소당해놓고 경비원과 소장인 나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황당함을 전했다. 이 입주민은 “직원들이 경찰에게 알아서 잘 얘기했으면 고소당할 일이 없지 않냐”며 “대X통이 왜 이 모양이냐”고 폭언을 내뱉었다고 했다.

◇갑질 제재·벌칙 규정 둬야

아파트 소장에 대한 부당간섭을 방지하는 법안이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에 반영돼 지난해 2월 11일 시행됐다. 이 소장이 숨진 지 2년 만이다. 일명 ‘주택관리사 갑질피해방지법’ 또는 ‘소장 부당간섭 방지법’이다. 이 법은 △부당간섭 주체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자등으로 확대 △폭행·협박 등 위력행위도 부당간섭 △지자체 즉각적 사실조사 및 고발 권한 부여 △부당간섭에 의한 인사권 남용 제재가 골자다.

하지만 관리현장은 “입주민의 폭언·폭행 사건이 여러 번 발생해도 그때 잠깐 논란이 될 뿐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주택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허영 의원은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언·폭행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부당간섭 금지 조항을 위반하더라도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 및 벌칙 규정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도 “갑질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법과 처벌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경숙 소장은 2020년 10월 28일 인천 모 아파트에서 평소 관리 문제로 다투던 입대의 회장 B씨에 의해 목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려 살해당했다. B회장은 범행을 저지르기 한 달 전부터 입대의 운영비 인상 요구, 여러 차례 통장 재발급 지시, 독단적으로 단독 인감 변경, 관리비 통장 비밀번호 요구 등의 방법으로 이 소장을 괴롭혔다. B회장이 관리비에 대해 시비를 걸자 이 소장은 결국 직접 외부회계감사를 의뢰했으며 감사 마지막 날 B회장에 피살당했다. 대법원은 사건 1년만인 2021년 9월 B회장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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