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일부 입주민 간 갈등 지속
공청회 열어 입주민 의견 묻기로
‘세대당 1대 허용’ 수용여부 주목

주차난이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 아파트에서 직계가족 등 외부인 명의의 차량 등록을 제한한 것을 두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일부 입주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A아파트 입주민 B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 아파트 측으로부터 ‘가족 차량이라도 등록이 제한된다’는 통고를 받았다”면서 “다른 단지는 같이 살지 않는 가족 차량도 주차등록을 해주는데 우리 아파트는 이를 허용하지 않아 불합리하고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비동거 자녀의 차량을 내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입주자에 해당하는 직계가족의 차량 등록까지 거부하는 것은 심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A아파트의 주차관련 문제를 본보에 제보해 연락이 닿았다.

A아파트 B입주민의 주차등록 이슈
▷ 2021년 12월: A아파트로 이사온 B씨 자녀 차량을 주차 등록해 사용
▷ 2022년 11~12월: 입주민들, 비거주자 명의 차량등록 문제 해결 요구
▷ 2023년 1월: 새 입대의 출범
▷ 2023년 3월: 주차관리 규정 일부 개정
▷ 2023년 7월: 입주민 등록 카드 재정비
▷ 2023년 8월: 비거주자 명의 차량 등록 말소(계도기간 3주 부여)
▷ 2023년 8~9월: 2차례의 입주민 의견 청취 간담회 개최
▷ 2023년 10월: 관련 공청회 예정

2021년 말 A아파트로 이사 온 B씨는 입주 직후부터 자녀명의 차량을 등록해 사용해왔으나 지난 3월 주차관리규정 개정으로 8월 이후 등록이 거부됐다고 한다. 새 규정은 A아파트 소유자 및 사용자로 주민등록상 A아파트에 등록된 입주민에게만 주차등록이 가능하다.

A아파트에서 이런 강력한 조치가 나온 데는 사정이 있다. A아파트 입대의가 주차 문제 해결에 나선 건 올해 1월. “주차를 편히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관리해 달라”는 입주민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800여 세대가 거주하는 A아파트의 주차가능 대수는 1000여 대로 세대당 1.21대. 과거 단지 근처에 직장이 있는 입주민의 친인척이나 상인이 이 아파트에 차량 등록 후 주차장을 이용하던 것을 다른 입주민이 적발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아파트 측은 7월 입주민의 개인정보, 차량 정보 등이 담긴 입주자 등록 카드를 최신화했다. 이어 각 세대 입주민과 등록차량 소유자명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뒤 3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외부인 명의 차량에 대해 등록취소 및 이후 위반 차량에 대해 주차 요금 부과를 예고했다.

대다수 입주민은 입대의의 조치를 반겼다. 그러나 가족, 지인 등 외부인 명의 차량을 사용하는 20여 입주민은 거세게 반발했다. 웬만한 아파트에서 세대당 차량 1대는 무료주차가 가능한데 주차장 이용을 심하게 제약해 입주민의 재산권을 침해 및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 

중간에 낀 관리사무소가 난처해졌다. C관리사무소장은 “관리주체는 입대의가 결정한 사항인 관리규약, 주차규정 등을 지킬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입주민이 차량 등록을 해달라고 관리사무소로 찾아와도 해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B씨는 “근처 단지 중 우리처럼 과도하게 제한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도 비거주 직계존비속의 차량에 대한 등록을 불허하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모 아파트 D소장은 “우리 단지는 외부인 차량 등록을 제한하고 있지만 가족 차량에 대해 가족관계증명서, 차량보험료지급명세 등 서류로 증빙하면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모 아파트 입대의 E회장은 “개별 입주민의 사정을 들어보고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허용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A아파트 입대의 F회장은 주차관리 규정 개정 이유에 대해 “아파트 준공 이후 등록 차량 관리를 느슨하게 해오다 이제야 바로잡는 것”이라며 “정확한 기준점이 있어야 입주민 간의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 주차규정을 통해 종전 1200여 대의 등록차량을 1000여 대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주차관리 규정은 서울시 표준 주차관리 규정을 준용한 것으로 입대의 회의, 고문단 검토,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개정했다고 한다. 

입대의는 8~9월 두 번에 걸쳐 외부인 명의 차량 등록을 요구하는 입주민 10~20명을 모아 의견을 청취했지만 입대의와 입주민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B씨는 “입대의의 조치를 이해하지만 소수 의견일지라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F회장은 “아파트 입주민이 2000여 명이 넘는 상황에서 일부의 사정을 수용한다면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실사용하는 직계가족의 차량이라면 명의를 입주민 앞으로 돌리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주차관리규정만으로 입주자가 전입신고까지 갖춰야 주차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취지와 배경을 감안해도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 사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의 소유자 또는 그를 대리하는 직계존비속은 입주자에 해당한다.

A아파트 입대의는 곧 공청회를 열어 직계가족에 한한 차량 1대 등록 허용 등에 대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아파트 측은 현재 외부인 차량을 사용하는 세대수와 그 사유를 파악해놓고 있다. F회장은 “공청회에서 허용 의견이 다수 나올 경우 전체 입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향후 주차관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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