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장충금 집행 잘못” 과태료 1000만원 부과 예고
소장 “동 출입구 계단은 장기수선계획의 보행도로” 맞서

B아파트가 지난해 5월 보수공사를 한 동 출입구 계단.
B아파트가 지난해 5월 보수공사를 한 동 출입구 계단.

경기 모 아파트가 공사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한 문제로 지자체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장기수선계획에 명시되지 않은 공사를 장충금으로 집행할 수 없다고 본 반면에 아파트 측은 계획의 수선항목에 포함된 시설이라고 해석되면 문제없다고 봤다.

◇아파트 소장, 외부 계단은 보행도로로 봐 장충금 사용

경기 A시 B아파트는 장충금을 사용해 동 출입구와 정문 도로를 잇는 건물 외부 계단 공사를 진행했다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될 처지가 됐다. 외부 계단 공사는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으니 수선유지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B아파트는 지난해 5월 동 출입구에서 정문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노후화돼 난간이 흔들리는 등 입주민 안전에 위협이 되자 장충금 2800만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B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 C씨는 동 출입구 계단이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된 ‘보행도로’라고 봤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의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은 건물외부의 경우 지붕, 돌 붙이기, 수성페인트칠 등 외부, 외부 창·문의 수선방법과 주기, 수선율을 정하고 있다. 옥외 부대시설 및 옥외 복리시설은 아스팔트 포장, 보도블록(데크 등 보행도로 바닥, 경계석), 울타리, 조경시설 등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의 해석은 C소장과 달랐다. A시는 지난 4월 B아파트를 대상으로 2021~2022년의 반복 민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장기수선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계단 공사를 장충금으로 집행한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외부 계단은 보행도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C소장은 “계단 공사에서 부속시설인 울타리와 조경시설물은 장충금을 사용하고 핵심 시설인 계단은 수선유지비로 따로 집행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입주민의 악성 민원에 따라 지자체가 말도 안 되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낼 때도 다 참았지만 이번에는 동료 주택관리사들을 위해서라도 못 참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B아파트에 과태료를 부과한 A시 D주무관은 “장충금 사용에 대한 입주민의 민원이 너무 많아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변호사 자문을 받아 외부 계단 공사비용 계정과목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소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주무관은 “무작정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며 아파트가 개선 의지를 밝히고 일관된 소명을 하면 과태료 대신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C소장은 A시의 지적에 따라 아파트 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사후 수시조정을 했다. 그럼에도 A시는 “개선 의지가 없다”며 B아파트에 과태료 부과 예고를 통지했고 6월부터 현재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소명을 요구하고 있다. D주무관은 B아파트의 사후 수시 조정 및 소급적용에 대해 “향후 공사 집행을 위해 사후 조정할 수 있지만 이미 실시한 공사에 대해서 소급적용되는 게 아니므로 수선유지비를 써야한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공사항목 계획에 반영해야”

LH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관계자는 “관리현장은 그동안의 시설 및 제도 변화를 고려해 구체적인 공사 항목을 정하고 수선주기와 공종별 단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 측은 B아파트 사례에 대해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공사 항목은 수선유지비를 사용하는 게 법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센터 관계자는 “아파트 시설이 다양해지고 단지별로 공용시설 여부가 달라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을 세세하게 규정할 수 없어 법 제·개정을 통해 수선항목을 축소하고 아파트 자율에 맡기게 된 것”이라고 법령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2016년 8월 12일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령은 주택법에 147개였던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 수선항목을 73개로 축소됐다. 기술적 환경변화 등을 고려해 수선항목을 주요항목 중심으로 현실에 맞게 바꾸고 필수 수선항목 이외에 단지 특성상 추가로 필요한 수선항목은 단지별로 관리규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기수선계획 컨설팅 전문회사 아파트너스의 강진원 본부장은 “계단은 장기수선계획 필수항목은 아니지만 옥외 부대시설 및 옥외 복리시설 중 보도블록 정의인 ‘보행자의 이동편의 및 배수 등을 위해 설치하는 바닥 포장재’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보행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보도블록과 이어지는 외부계단이라면 바닥 포장재 성질로 보고 장충금 지출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만 강 본부장은 “필수항목에 명시돼 있지 않은 항목의 집행 금원에 관한 사항은 공동주택에서 해당 공사의 성격, 소요비용, 관리규약, 관리비 부담주체의 의사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이를 참고해 집행 금원을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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