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소장들 “입주민 위한 현실적 선택에 처분 과도” 반발
“정부 일방적 기술인력 의무화로 현장 어려움 커져” 비판

아파트 인력 부족으로 관리사무소장이 3년간 소방안전관리보조자를 겸직했다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맞고 수당 급여를 환수당하는 처분을 받았다. 동료 주택관리사들은 “입주민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인데 처분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전주 덕진구청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전주 A아파트 B소장에 대해 소방안전관리보조자 수당급여 조정, 지급수당 환수 처분을 내렸다. 앞서 덕진구청은 지난달 31일 B소장에게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150만 원을 부과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아파트 소장과 소방안전관리자, 전기안전관리자 등 기술인력 상호 간에는 겸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B소장은 2018~2022년 28개월간 소장과 소방보조자를 겸직하며 141만8000원을 수령했다. 이에 권익위는 앞으로 지급되는 B소장 급여에 소방보조자 수당을 제외하며 28개월간 수령한 수당을 모두 환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권익위는 A아파트 전 직원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B소장은 수당 환수 조치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과태료 처분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018년 근무를 시작할 때는 당장의 인력이 부족해 관행대로 소장을 소방보조자로 선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급여대장에 직책수당과 자격수당이 별도로 명시돼 있었는데 퇴사 후 약 1년 뒤 재입사하니 별도 설명 없이 직책수당만 적혀 있어 다른 직원이 소방보조자로 선임됐다고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주 덕진구 C아파트 D소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소방안전관리자를 겸직하면서 10만 원의 수당을 받았다는 이유로 2021년 12월 구청으로부터 수당 환수 및 과태료 150만 원 처분을 받았다. 겸직 사실은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D소장은 구청에서 사실 파악을 하지 않고 입주민의 민원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D소장은 “2016년 8월 공동주택관리법령이 제정되기 전 대부분의 소장들이 소방안전관리자를 겸직했고 부임 당시 인력이 없어 급하게 소장을 소방안전관리자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겸직한 것은 잘못이지만 수당을 한 푼도 받지 않았고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급여명세서를 동대표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해명했다.

D소장은 “당시 한 입주민이 관리비 정산 업체의 실수로 관리비 부과내역 제수당란에 소방안전관리자 수당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구청에 민원을 넣었고 구청에 해명자료를 보냈으나 시정명령 없이 곧바로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관리비 줄이려는 현장 고충 이해해야

이들 사례를 접한 주택관리사들은 “소방안전관리자 인건비 절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소장에게 시정명령이 아닌 과태료 처분은 과하다”, “직원이 없는데 어쩌라는 말인가”, “정부의 일방적 기술인력 선임 의무 도입으로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아파트에서는 각종 기술인력 선임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관리비 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적법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소장이 무리하게 겸직하거나 직원 돌려막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B소장은 “과태료를 낸 이후 관리직원을 설득해 교육을 이수하게 한 후 해당 직원을 소방보조자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D소장은 “입주민들이 관리비 인상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많은 단지들이 직원 수를 늘리지 않고 현재 인력으로 기술자격 선임 의무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직원 수가 적으면 소방 등 설비에 전문 지식이 없는 경리직원이나 경비원에게까지 자격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지역의 E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신 시정명령 등 처분을 먼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근용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북도회장은 “소방안전관리자 등으로 선임되면 책임만 늘어나는데 어떤 소장이 5만~10만 원 더 받겠다고 자발적으로 겸직을 하겠나”라고 분개했다. 안 회장은 “B소장, D소장 모두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상적으로는 입주민들이 관리비 부담이 늘어도 기술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지만 우선 현실적으로는 정부 부처가 각종 선임의무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현장의 고충을 청취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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