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회장 “해외선물 투자 털어놓아”…경찰 수사중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비 수억 원을 횡령했다고 털어놓은 관리사무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는 “지난 8월 B소장이 당시 회장 C씨를 찾아와 스스로 관리비 횡령 사실을 털어놓고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B소장은 C씨에게 자신이 증권회사 출신으로 돈을 빼내 해외선물에 투자했다고 말하면서 3억 원 이상의 횡령을 인정했다고 한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관리비 통장을 분석한 결과 B소장은 2021년 12월 이 아파트에 부임해 석 달 뒤인 지난해 2월부터 통장에 손을 댄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아파트여서 소장이 경리업무도 처리했다. B소장은 2년 계약으로 올해 12월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다. 

이 아파트 비대위에 따르면 B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34회에 걸쳐 관리비 계좌에서 본인 계좌 및 타인 계좌로 이체 또는 현금으로 인출했다. 확인된 금액만 4억1600만 원이라고 한다. A회장은 “지출결의서 없이 통장에서 돈이 나간 사례가 몇 건 더 발견됐다”며 “확인 후 추가로 자료를 만들어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소장은 지출결의서의 금액대로 출금 전표에 당시 C회장의 도장을 받은 뒤 은행에 가기 전에 추가로 숫자를 써넣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지난해 2월 말 지출결의서에는 ‘시설유지비 폐기물 처리비 9만 원’으로 기록돼 있었으나 전표를 조작한 결과 관리비 통장에서 209만 원이 빠져나갔다. 5월 말 지출결의서에 기록된 폐기물 처리비(5월분) 6만7500원은 1567만5000원으로 둔갑했다. 

1년 넘게 관리비가 새 나갔지만 C씨와 내부 감사는 B소장이 자백하기 전까지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A회장은 “3개월마다 내부 감사를 하게 돼 있는데 통장 확인도 제대로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장의 횡령으로 이 아파트 재정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6600만 원에 계약해 승강기 부품 등 교체공사를 했고 관리비 통장에서 승강기 수리비 6600만 원이 인출됐지만 공사업체는 20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잔금 지급을 독촉했다. 수리비 6600만 원 중 4600만 원이 사라진 것. 

직원들의 임금도 3개월째 밀렸다. A회장은 “컴퓨터 안에 직원 급여명세서, 임금대장도 없다”며 “경비원 4명과 영선기사 1명, 미화원 2명의 임금도 7월분부터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이 모 소장이 일시적으로 관리비 부과 업무 등을 돕고 있다. 이 소장은 “동료 소장의 잘못을 일부라도 갚아주려는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대의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B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입주민들의 고소에 따라 경찰이 B소장을 상대로 수사 중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