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흡연도 층간소음처럼 명확한 기준 만들 수 없나”

 

김지혜 기자
김지혜 기자

아파트 사건은 술집 사건, 길거리 사건보다 보기에도 더 안타깝다.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갈등을 빚은 입주민들이 서로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부산 남구 한 아파트에서도 한 입주민이 이웃에 항의 글과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층간흡연 시비였다. 층간흡연 분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문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흡연(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2844건으로 2019년 2386건보다 19% 늘었다. 2021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많아져 마찰과 민원도 늘어났을 게 뻔하다.

입주민 간의 층간흡연 분쟁은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에게는 무서운 민원이 돼 폭탄처럼 날아든다.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A 소장은 “금연아파트 지정, 흡연 자제 방송, 안내문을 붙여도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며 “금연아파트의 지정 후 오히려 세대 내 흡연이 늘어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발생하는 층간흡연 분쟁에 관해 소장들에게 들어봤다.

▷서울 B소장= “우리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로 지정되자 일부 입주민이 단지 전체가 금연구역이라고 착각해 민원을 더 많이 넣는다. 금연구역에 관해 설명하니 ‘발코니로 냄새가 올라오는데 왜 쓸데없는 곳만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실제로 금연아파트의 금연구역은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이다. 여기서 흡연이 적발되면 지자체장이 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럼 세대 내 공간은? 이곳은 금연구역 지정 대상이 아니다. 법규로는 어쩔 수 없고 당사자 간의 노력에 맡길 수밖에 없다.

▷서울 C소장= “민원 전화를 받고 흡연 세대에게 ‘세대 내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흡연자는 ‘금연구역에서 핀 것도 아닌데 왜 간섭하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뒤 금연구역 이외의 장소는 흡연 가능하다고 착각한 것 같다. 갈등이 커져 결국 윗층 입주민이 이사를 가버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층간흡연에 층간소음으로 복수하기’, 집 청소 먼지를 모아 흡연 세대에 털어 버리기,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썩은 물이나 기타 오물을 분무기에 넣어 흡연 세대 방충망에 뿌리기 같은 ‘복수 방법’도 여럿 올라 있다. 층간흡연 복수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경기 용인 D소장= “어떤 입주민은 관리실로 찾아와 ‘더 강하게 단속하라’고 따진다. 관리사무소는 흡연 중단 권고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도 책임을 떠안게 돼 씁쓸하다.”

소장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 흡연실을 설치하려고 해도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설치 장소를 정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입주민들이 흡연실 설치에 동의해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동 근처는 극렬히 반대한다는 것.

▷경기 용인 E소장= “층간흡연 민원이 층간소음보다 해결하기 더 어렵다. 흡연 세대를 특정하기도 어렵고, 세대 조사를 하려 해도 문을 안 열어주거나 안 폈다고 발뺌하면 방법이 없다. 층간흡연도 층간소음처럼 명확한 기준이나 측정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다.”

층간흡연 시비를 칼로 무 자르듯 객관적으로 판정해줄 기준도 없다. 황지은 단국대 공공·보건과학대학 교수는 “흡연 세대를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흡연 세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측정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자가 여러 조사를 통해 공감한 처방은 두 가지였다. 황 교수는 “근본적으로 아파트 시공단계부터 공동주택 내 실내 오염원 배출을 위한 환기 시스템 개선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F 소장 등은 “아파트 층간흡연 분쟁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입주민 간 소통 부재”라면서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디 더 쓸만한 방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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