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지혜 기자
김지혜 기자

산업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19~2021년 달비계 작업 사망사고자는 총 38명이었다. 작업 로프 풀림·끊어짐(58%) 사망사고가 22명이나 된다. 최근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두 달 사이에 도색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사하는 일도 있었다. 

안타까운 추락사고 소식에 ‘고위험 작업을 로봇에게 맡기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근로자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로봇을 원격 제어하면 그만큼 더 안전해질 것이다.

아파트 관리 분야에도 로봇은 이미 들어와 있다. 아파트 벽화 로봇 ‘아트봇’을 개발해 2010년 상용화한 ㈜RP(옛 로보프린트)라는 회사가 주인공. 세계 최초로 건물 외벽에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도장도 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박정규 RP 대표는 현수막 제조 업체를 운영하다가 주문받은 현수막을 납품하러 아파트에 갔다. 그때 외줄에 의지해 위험하게 아파트 벽면을 도색하는 근로자를 봤다. 그는 “저런 위험한 작업은 로봇에게 맡기면 좋겠다”고 생각해 로봇 개발에 나섰다.

RP 측은 로봇 페인팅 기술이 숙련공의 수작업과 비교해 작업 기간, 비용, 인력 투입 측면에서 훨씬 우수하다고 말한다. RP사 측은 “원격제어는 물론 자동제어도 가능해 인력 대비 도장 비용도 3분의 1로 줄어들고 작업 기간도 50%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3년간 달비계 작업 사망사고 38명

예를 들어 아파트 측벽 250㎡를 도장할 때 아트봇에게 맡기면 3인의 인력으로 4일 만에 2300여만 원을 쓰면 작업을 완료한다. 반면 밧줄, 크레인 수작업 시 같은 인력으로 20일 동안 3200여만 원이 소요된다. 외벽도장 로봇인 ‘피봇’은 아파트 측벽 400㎡ 기준으로 3인의 인력으로 4시간 만에 작업한다. 반면 밧줄, 크레인을 이용한 수작업은 동일 인력으로 8시간이 걸린다. 또, 분사 방식인데도 비산먼지를 99%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로봇에 탑재해 비산먼지 발생이 적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후발주자인 방수도장업체 제이투이앤씨는 페인트 분사 건을 4개 부착하고 작업속도를 사람의 24배로 끌어올린 ‘오토봇’을 개발해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김대중 제이투이앤씨 대표는 “15초 만에 아파트 외벽 1개 층 도장을 마칠 수 있다”면서 “비산이 적은 페인트도 건자재업체 KCC와 합작 개발해놓았다”고 소개한다. 이 회사는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LH 등이 짓고 있는 아파트 현장에서 외벽도장 로봇 파일럿테스트를 진행해 관심을 끌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건설사들이 로봇 도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사 현장의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이 더 무거워졌기 때문. 박 대표는 “도색 작업 때 유해성 물질에 노출되고 추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로봇이 투입되면 사람이 죽을 확률이 낮아진다”고 말한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봇 도장업계는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더 지켜주는 것이고 바로 이 점이 경쟁력”이라고 반박한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 탓에 일자리가 줄었다’는 소식보다 ‘로봇 덕분에 산업재해가 줄었다’는 뉴스가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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