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들 정신 바짝 차리고 원칙 지켜야

 

                            김상호 기자
                            김상호 기자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액이 없는데도 잔액이 크게 변동했다. 이런 수치는 이상징후로 포착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해당 단지를 감사하고 시정조치했다. 부산에서도 수선유지비, 변호사 수임료 등 회계처리를 잘못한 단지가 시스템에 걸려 지자체가 소명 요청 및 감사 대상 단지로 지도·감독을 실시했다. 마침내 빅데이터를 이용한 아파트 관리비리 조기경보시스템이 가동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공동주택 관리비리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결과를 공표한 사례들이다. 이 시스템은 우선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통해 지자체 관내 공동주택의 관리비, 입찰 및 회계감사 결과 등의 상세 내역을 필터링해 이상징후를 찾아낸다. 이것을 보고 선제적·체계적으로 지도·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관리사무소장의 교체 주기를 비롯해 장충금, 사업자선정, 회계처리 등 모든 항목을 체크해 31개 이상징후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일정기간 소장 변경이 잦은 단지는 관리기간의 이상징후로 분류한다. 장충금 공사 사업자선정이 없는데도 ‘월사용액’이 발생하는 단지, 공용관리비가 전년동월 대비 10% 이상 상승한 단지 등은 관리비·사용료·장충금·잡수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이상징후로 포착된다. 

또 회계감사가 2년 이상 연속 생략 또는 미실시 단지 등은 회계감사 검증 대상으로 분류된다. 6개월 이내 장충금 사용액이 있음에도 이력 무등록 단지, 계약금액과 실 공사금액의 차이가 10% 초과한 단지 등은 유지관리 이력을 검증할 대상이 된다.

이 시스템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지자체의 관리시스템 미비, 인력부족으로 공동주택에 대한 수동적 지도·감독만 가능했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충북의 한 주무관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제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조기경보시스템에서 걸러진 이상징후 대상 명단 10여 개 단지를 전달받았다. 해당 단지들은 평소 실태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이상징후 검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시스템 덕분에 관리 감독의 효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지자체의 담당 주무관은 “시스템의 내용과 취지는 좋다”면서도 “현업에 쌓인 민원들에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에서 검증대상으로 내려오는 많은 단지들을 처리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관리현장에서는 감시의 눈길이 더 많아져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경기도 모 아파트 소장은 “솔직히 현장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라며 “필터링에 걸려 실태조사라도 받으면 골치 아프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소장도 “공동주택 관리현장이 조기경보기라는 엄청난 성능의 레이더 감시망 아래 놓이게 된 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장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원칙대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스템도 사전적 관리보다는 이미 빚어진 비리와 규정 위반을 확인하는 방식이어서 한계가 있다”면서 “현장에서 법을 어기기 전에 교육과 점검을 통한 대비가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쨌든 조기경보시스템은 정부 감독의 새로운 도구다. 빅데이터와 IT 기술이 접목돼 신속하고 체계적이다. 담당자와 현장 관계자는 놀람, 우려, 기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시스템 운용은 사람이 한다. 앞으로 관리현장의 투명성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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