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베 UCC 커피 박물관
6개 주제 전시실 배치… 저명인사 12명 ‘커피 어록’ 걸려

고베항
고베항

 일본의 고베(神戸)항은 예로부터 한반도, 중국과 교류했다. 고베항은 1868년 개항 후 사람·물건·정보가 왕래하는 국제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1995년 1월 한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불과 2년 만에 시설 복구를 완료했다. 인구 152만 명의 고베시는 일본에서 여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고베에 명물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커피 박물관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규약은 ‘박물관은 사회와 그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유형·무형의 인류의 유산과 그 환경을 연구·교육·즐거움을 목적으로 수집·보존·조사연구·보급·전시를 하는 공중에게 열린 비영리 상설기관이다’라고 정의한다. 이 커피 박물관도 이 규약에 준해 운영되고 있다.

UCC 커피박물관
UCC 커피박물관

박물관의 위치는 고베시 주오구. 지하철에서 내리면 서쪽 출구에 UCC 커피 박물관이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띈다. 육교 계단을 내려가면 커피 박물관이 나온다. 건물 앞에는 ‘UCC COFFEE MUSEUM Coffee Road’라는 영어 안내문이 새겨져 있다.

이 UCC 커피박물관은 1981년 3~9월 고베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품된 거대한 커피 컵 모양의 UCC 커피 관을 허물고 새로 지은 것이다. 건물 외관은 커피를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슬람 모스크의 이미지를 기본으로 형상화했다. 

마-틴 루이보의 '커피콩 조각
마-틴 루이보의 '커피콩 조각

커피에 관한 종합적인 자료와 전시실을 가진 박물관은 일본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화강암 의자들도 커피콩 모양을 하고 있다. 입구 홀에는 미국 작가 ‘마-틴 루비오’의 커피콩 조각품이 멋들어지게 서 있다.

커피에 얽힌 전설ㆍ日 커피 역사 한눈에

이 박물관은 UCC 커피 회사가 운영하는 기업 박물관이다. ‘사람과 대화하는 기업박물관’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커피 문화의 꿈이 부푸는 보전(寶殿)’이라고 강조한다. 

박물관의 역사도 35년으로 제법 길다. 1987년 10월 1일 설립됐다. 이날은 ‘국제 커피의 날’이기도 하다. UCC 사가 고베항에서 출범했기 때문에 박물관을 이곳에 지었다. 다음은 박물관장의 인사말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커피 문화의 보전으로써 이용하고, 커피가 있는 풍부한 생활의 제안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대화하는 기업박물관을 목표로 합니다. 더불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친숙해진 기호 음료인 커피에 학술의 빛을 더하고, 조사연구 활동을 하도록 합니다. 자연의 풍부한 은혜와 커피를 키우는 사람들의 훌륭한 지혜와 창조력을 느끼는, 커피가 가져오는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한층 넓어지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맞는 말이다. 만약 커피가 없었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토록 폭넓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대화와 낭만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매력적인 기호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의 1층 홀에는 인물 사진 12장이 걸려있다. 커피와 관련이 있는 저명인사의 사진과 어록이다. 독일의 작곡가 바흐(1685~1750),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몽테뉴(1689~1755),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1769~1821) 등 12명이다. 모두가 커피를 지극히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아! 커피, 얼마나 매혹적인가. 천 번의 키스보다도 달콤하고, 머스캣 포도보다 더 부드럽구나. 커피, 난 커피를 끊을 수 없노라.” 바흐의 오페라 ‘커피 칸타타’의 일부다. 한 번 맛 들이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박물관 건물에는 6개의 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 ‘기원(Origin)’에는 에티오피아 목동 칼디(Kaldi) 등 커피에 얽힌 전설과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 일본의 커피 역사가 망라돼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료가 되기까지의 웅장한 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커피 발상지 에티오피아에서 지금도 열리는 커피 세리머니의 모습도 볼거리다.

日, 미국-독일 이어 세계3위 커피 수입국

일본의 커피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일본의 커피는 1690년경 네덜란드 사람에 의해서 나가사키(長崎)의 데지마(出島)에 전해졌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은 나가사키의 데지마에 출입이 허용된 공무원이나 유녀(遊女)였다. 막부 신하의 한 사람으로 광가(狂歌: 에도시대의 풍속소설)의 작자로 유명한 오타 난보(大田南畝, 1749~1823)는 1804년 나가사키 봉행소(奉行所)에 파견됐을 때 커피 음용 체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저서 ‘게이호 유테츠(瓊浦又綴)’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홍모선(紅毛船)에서 커피라는 것을 권한다. 콩을 검게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 흰 설탕을 섞기도 한다. 타서 눌었다. (나는 이 냄새를) 견디지 못했다.”

일본인들이 거리에서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메이지 시대(1868~1912) 이후의 일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일본은 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제3위의 커피 수입국이다. 흔히 일본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커피를 더 즐겨 마신다.

커피 나무의 일생
커피 나무의 일생

제2전시실 ‘재배(Cultivation)’에는 세계 커피의 생산량과 나무 재배에 관한 내용이 전시돼 있다. 커피 생산국의 통계치, 커피의 품종, 커피나무의 일생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커피 씨앗의 발아-묘목-개화-결실-수확에 이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커피를 키우는 것은 풍부한 자연과 생산국 사람들이 함께하는 세심한 농사다. 생산지에서는 각각의 기후와 풍토를 살려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오늘도 많은 사람이 소중히 커피나무를 길러 수확하고 있다. 

커피 벨트
커피 벨트

제3전시실 ‘감정(Classification)’에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을 조명하고, 커피 생두의 가치를 가늠하는 커피 감정의 세계와 커피 생두가 소비국으로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커피의 품질을 엄격하게 감정해 국제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한 가치를 판별하는 커피 감정사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커피 감정사는 커피 생콩의 색깔이나 형태, 입도의 갖춤 상태, 결점 콩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이 박물관에서는 그러한 커피 감정사의 일련의 역할을 모형이나 영상으로 전시하고 있다.

커피로스팅 기계와 8단계 로스팅
커피로스팅 기계와 8단계 로스팅

 

제4전시실 ‘로스트(Roast)’에는 커피의 창조. 즉, 가공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커피 가공 중 중요한 공정은 커피를 볶는 일(Roasting)이다. 일본에서는 로스팅을 ‘바이센(焙煎)’이라고 한다. 고소한 커피의 독특한 향기는 로스팅에 의해 좌우된다. 같은 산지의 생두도 로스팅 시간이나 온도에 의해서 완전히 다른 풍미를 생성한다. 이 박물관은 라이트 로스팅에서부터, 에스프레소용 이탈리안 로스팅까지 8개 단계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불과의 만남이 커피의 운명을 크게 바꿔준다고 한다.

제5전시실 ‘추출(Extraction)’에는 다양한 시대의 추출 기구를 비롯해 가정에서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기본 방법부터 카페의 메뉴까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유럽을 비롯한 일본의 커피 컵과 고대의 추출기구들이 유리 선반에서 층을 이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한, 세계의 유명 카페 메뉴 북은 물론 고급스러운 커피를 만드는 7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전시하고 있다.

제6전시실 ‘문화(Culture)’에는 생활을 수놓는 커피와 그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커피는 어느 시대에나 사랑을 받아 우표나 음악, 소설 등에 많이 등장해 왔다. 박물관의 커피 우표 수집도 톱 수준이다. 터치패널에서 종류별로 다양한 우표를 볼 수도 있다.

 

‘커피 박사에 도전’ 부설 아카데미 소개도 

 

‘커피 박사에 도전하시지 않겠습니까?’라는 안내문도 눈길을 끈다. 부설 커피 아카데미에 대한 소개다. 커피 용어의 기초지식, 커피의 Q&A, 박물관을 돌아보고 난 후 전시실에서 획득한 커피 지식을 컴퓨터를 사용해서 재인식하는 코너도 있다. 커피를 훌쩍 마셔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산지의 특성과 품질, 제3 세계인들의 삶과 고뇌 등을 이해하면서 마시면 커피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UCC 커피 박물관은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휴관 중이어서 안타깝다. 필자가 지난 7일 통화한 박물관 부설 커피아카데미의 사카에 히데후미(榮秀文·60) 학장은 이렇게 말했다.

“커피 박물관의 개관은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당분간 더 휴관해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커피 아카데미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철저한 예약시스템입니다.”

최초 우유 캔커피 개발한 ‘UCC’ 

‘UCC’라는 회사 이름은 UESHIMA COFFE CO., LTD를 의미한다. 창업자 우에시마 타다오(上島治忠, 1906~1989)는 1933년 개인 상점으로 UCC를 창업했다. ‘Good Coffee Smile!’이 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1969년 세계 최초로 우유 캔 커피를 출시해서 UCC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81년 자메이카에서 블루마운틴의 농장을 개설했는데, 직영 농장은 UCC 사가 처음이다. 1989년에는 미국 하와이에 코나 커피 농장, 1995년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만델린의 농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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