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것이 못난 것이
술을 마시네
술의 뼈가 목에 걸려
눈이 오면 온다고
비가 오면 온다고
울적하면 울적하다고
술을 마시네
마음의 문을 닫아도 활짝 열어도
들려오는 너의 음성 맑은 눈빛
나는 잘 들었네 아니 귀를 막았네
듣기로니 무엇하랴
찰나의 질곡에 빠져
허우적거리고만 있는
못난 것이 못난 것이
네가 정성을 들여 그린
주름살 다 빼버린 그림을
마루 벽에 걸다 말고
아니, 이게 다 누구여!
몽롱한 의식 속에
흔들리며 쏟아지는
나의 영혼은 차라리
황홀한 슬픔이었나
못난 것이 못난 것이
술을 마시네 정을 마시네
사랑을 마시네 아, 너를 마시네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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