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의미한다. 가상세계보다는 조금 더 넓은 개념이다. 가상의 사물이나 환경을 현실에 덧입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그리고 현실과 가상이 접목돼 상호 작용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도 메타버스의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메타버스를 가상세계라고 부르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메타버스는 비(非)몰입형, 반(半)몰입형, 몰입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구분은 우리가 가상세계에 빠져드는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 

비몰입형 메타버스는 현실감이 없는 가상세계다. 나의 아바타는 입체감이 없는 가상세계에서 활동한다. 예전의 싸이월드 같은 것이다. 가상사무실 프로그램인 게더타운(gather.town)도 마찬가지다. 이런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평면적으로 시각화하기 때문에 현실감이 없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특별하지 않다. 

반몰입형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이 모니터를 통해서 가상세계를 체험한다는 점에서는 비몰입형 메타버스와 차이가 없지만, 가상세계에 입체감이 부여되고 사방을 둘러볼 수 있으므로 현실감이 높아진다. 비몰입형 메타버스를 2D 만화영화라고 한다면 반몰입형 메타버스는 3D 만화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세컨드라이프(Secondlife)가 초기 형태의 반몰입형 가상세계에 해당한다. 세컨드라이프의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집을 소유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활동을 한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가 대표적인 반몰입형 가상세계다. 여기에는 토지가 존재하고 각 토지 위에서 아바타들이 활동하고 교류한다. 이곳의 토지는 약 9만 개의 구획(parcel)으로 구성돼 있고 하나의 구획은 256㎡이다. 디센트럴랜드의 토큰인 마나(MANA)를 주고 구획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네이버의 제페토(Zepeto)와 SK텔레콤의 이프랜드(ifland)도 반몰입형 가상세계다. 

최근에 좀 가라앉았지만 한동안 투자열기가 뜨거웠던 가상화폐나 가상자산은 반몰입형 가상세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NFT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도 주로 반몰입형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몰입형 메타버스에서는 내가 가상세계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가상세계를 현실로 착각하게 된다. 그래픽이 현실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높은 건물의 난간에 걸터앉아 아래를 보면 아찔한 느낌이 들고 공포감을 느낀다. 내 아바타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회의실에서 파워포인트를 띄워 놓고 발표할 수도 있다. 

몰입형 메타버스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VR안경이 부착된 헤드셋이 필요하다. 현재 나와 있는 헤드셋은 무겁고 불편하다. 안경을 쓴 사람에게는 더욱 불편하다. 몰입형 메타버스가 주류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헤드셋이 불편하고 별도로 장비를 구입해야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회사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고려한다면 값싸고 편한 헤드셋이 조만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손으로 조종하거나 심지어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장치들도 개발돼 이미 판매되고 있다. 종전 같은 조종기가 필요 없어졌다. 

메타버스는 비몰입형에서 반몰입형으로, 최종적으로 몰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장래에 몰입형 메타버스가 주류가 될지 아니면 가상세계나 혼합세계에 바탕을 둔 메타버스가 주류가 될지 갑론을박이 있다. 분명한 것은 비몰입형이나 반몰입형 메타버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몰입형 메타버스가 주류가 되는 경우에 반몰입형 메타버스에 기반을 둔 가상자산시장이 몰락할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가 가상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가상자산도 투자가치를 갖게 되겠지만, 투자 위험을 따져봐야 한다. 

미래에 살아남지 못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곧 망할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험하다. 어떤 메타버스를 말하는지, 앞으로 주류가 될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를 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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