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상 인 l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 팬택 전무를 거쳐 현재 JSI미디어 대표로 현장을 뛰고 있다. 온오프 매체에 홍보, 일본 등을 소재로 다양한 글을 썼다. ‘홍보는 위기관리다’와 커피 소설 ‘검은 악마의 유혹’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장 상 인 l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 팬택 전무를 거쳐 현재 JSI미디어 대표로 현장을 뛰고 있다. 온오프 매체에 홍보, 일본 등을 소재로 다양한 글을 썼다. ‘홍보는 위기관리다’와 커피 소설 ‘검은 악마의 유혹’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카페가 많다. 도심의 어느 빌딩에는 10여 개의 카페가 몰려있을 정도다. 그렇게 많아도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

한국인이 그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어쩌면 일방적인 커피 사랑일지도 모른다.

본지는 커피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커피의 역사와 종류, 맛 등 커피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연재한다.

파푸아뉴기니의 커피 농장. 필자가 2011년 출장 간 김에 농장을 돌아봤다.
파푸아뉴기니의 커피 농장. 필자가 2011년 출장 간 김에 농장을 돌아봤다.

 

“한잔의 커피는 경이롭고, 놀라운 관계의 집합입니다.”

독일의 유명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인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곱(Heinrich Eduard Jacob, 1889~1967)의 저서 ‘커피의 역사(박은영 역)’는 이렇게 전개된다. 책은 커피의 연원을 염소와 목동이 있는 수도원에서 찾는다.

염소들은 7, 8일간 잠도 자지 않고 암석을 기어오르고, 케이퍼(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관목)를 물어뜯거나 서로 쫓아다니면서 ‘매애 매애’ 시끄럽게 울어댔다. 염소들은 여전히 머위, 샐비어, 미모사, 케이퍼 등을 밟아대고 씹어댈 뿐 잠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염소에게 요술을 부린 식물을 찾아냈어요!”

목동이 큰소리로 외쳤다. 수석 보좌관 다우드와 함께 그늘에서 쉬고 있던 수도원장 이맘은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앞에는 목동이 작은 가지를 들고 서 있었다. 

강릉의 커피농장에서 만난 하얀 커피 꽃. 요즘은 커피나무를 기르는 가정도 있다.
강릉의 커피농장에서 만난 하얀 커피 꽃. 요즘은 커피나무를 기르는 가정도 있다.

어두운 녹색의 단단하고 빛나는 잎이 달린 이 가지는 월계수와 비슷했고, 나무라기보다는 관목에 가까웠다. 엽액(葉腋·줄기와 잎 사이)에서부터 짧고 하얀 꽃이 핀 것이 자스민 같기도 했다. 꽃이 져 떨어진 자리에는 자홍색을 띤 작은 딸기 같은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

이맘은 놀라서 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어봤다. 그러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식물 중 어느 것과 닮았는지를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알려지지 않은 특성들이 조합된 새로운 식물 같았다.

목동이 발견한 커피나무가 수도원장 이맘에 의해서 인정받게 됐다. 다시 전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원장님! 평소에 얌전히 풀을 뜯던 염소들이 목장 근처에서 어떤 열매를 먹은 뒤부터 길길이 날뛰고 있습니다.”

“뭐? 염소들이 날뛴다고? 무슨 독성이 있는 열매를 따 먹은 거 아닌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길길이 뛰기만 했지, 모두 생생합니다.”

“그래?”

원장은 칼디(Kaldi)라는 이름의 목동이 가리키는 열매를 맛봤다. 검증도 안 된 상태에서 대책 없이 임상 실험을 한 것이다.

“야! 희한한 일이야. 나도 활력이 느껴져!”

수도원 사람들이 너도나도 그 열매를 먹어봤다. 모두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이야기가 삽시간에 각지에 퍼졌다. 그러자 전 지역에서 그 열매를 얻으려고 난리를 떨며 몰려들었다.

이런 전설에 이의제기를 한 사람이 있다. ‘커피의 비밀(김수자 역)’을 쓴 세지 레미(Serge Remy)다. 그는 오랫동안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언어학자이자 번역자로 우크라이나의 커피 수입 및 판매업체를 소유한 커피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커피에 관한 문헌을 뒤져 커피의 진실을 탐구했다. 그 내용이 두루뭉술한 전설보다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이렇게 썼다.

목동 칼디는 염소들이 먹고 길길이 뛰던 열매를 따서 집으로 가져간다. 열매를 맛본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건 신이 내린 선물입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빨리 수도원에 가서 확인해 보세요.”

칼디는 신이 나서 열매를 들고 수도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수도승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수도원장은 이 열매가 ‘사탄의 물건’이라며 화롯불에 확 던져 버렸다. 열매는 불 속에서 온몸을 비틀었다. 열매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파푸아뉴기니의 커피 열매. 이 안에 든 씨앗의 껍질을 벗기고 말린 생두를 볶아 분쇄한 가루에서 추출한 음료가 커피다.
파푸아뉴기니의 커피 열매. 이 안에 든 씨앗의 껍질을 벗기고 말린 생두를 볶아 분쇄한 가루에서 추출한 음료가 커피다.

그런데 이 열매가 놀라운 아로마(Aroma)를 뿜어냈다. 향에 놀란 한 수도승이 까맣게 탄 열매를 가루가 될 때까지 쪼갰다. 그리고 단지에 차곡차곡 넣어서 물을 부었다. 며칠 후 거기에서 우러나는 액체가 있었다. 

그 물을 맛본 수도승은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렸다. 다른 수도승들도 마법의 물이 지닌 맛과 효과를 인정하고 앞을 다퉈 이 물을 마셨다. 밤샘 기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잠을 쫓는 신비한 열매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커피에 관한 전설은 중세로 이어진다.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있는 압둘 카디르(Sheikh Abdal Kadir)의 ‘커피의 합법성의 옹호’(1587)는 커피를 다룬 문헌 중 가장 오래된 책이다. 월리엄 H. 우커스의 ‘올 어바웃 커피(박보경 역)’를 빌어서 커피의 전설을 소개한다.

“그릇의 물이 잠잠해지는 곳에서 너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모카의 수호신 아불 하산 샤델리가 제자 오마르의 꿈에 나타나서 한 말이다. 오마르는 스승의 말을 좇아 길을 나섰다. 그릇의 물이 잠잠해진 것은 예멘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런데 당시 아름다운 모카에 역병이 번져 있었다. 오마르는 마호메트를 섬기는 충실한 수도자로서 기도를 통해 환자들을 치유했다. 

모카 왕국의 공주가 역병에 걸리자 왕은 오마르의 소문을 듣고 그를 왕궁으로 불렀다.

“오마르 수도사여! 공주의 병을 치료해 주게!”

“이토록 아름다운 공주께서 몹쓸 역병에 걸리셨다니요. 제가 공주님의 병을 치유하겠나이다.”

오마르는 지극정성으로 기도했다. 며칠 후 공주의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 그런데 오마르는 수도사의 본분을 잊고 공주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이를 왕이 모를 리 없었다. 모카에서 추방당한 오마르는 에메랄드 산의 동굴로 유배돼 약초로 연명해야 했다.

“스승님! 왜 저에게 물그릇을 주셨나요?”

오마르의 울부짖음에 응답이 왔을까. 어디선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화음이 들려왔다. 화음을 따라가자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새로다.”

새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에는 하얀 꽃과 빨간 열매가 있었다. 오마르는 그 열매를 따서 맛봤다. 맛이 아주 좋았다. 오마르는 그 열매를 큰 주머니에 가득 담아 동굴로 가서 약초 대신 달여 먹었다. 후일 공주 납치 음모의 혐의를 벗은 오마르는 모카로 돌아가 열매, 아니 커피의 효능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것이 커피에 대한 오마르의 전설이다. 하지만 커피의 발견에 관해서는 목동 칼디의 전설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850년경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속에서 목동 칼디에 의해서 발견됐다는 커피는 전설과 함께 세계를 누빈다.

커피와 관련된 전설의 공통점은 모두 종교와 관계가 있다. 이슬람이 관련돼 있고, 기독교에도 와인과 커피가 혼용돼 있다. 커피는 각성작용 때문에 인간에 의해 음용되기 시작해서 일반적 음료로 번져 나갔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의 저자 마크 펜더그러스트(Mark Pendergrast)는 “쉽게 푹 빠져들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것일수록 사람들의 주목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의존성이 큰 음료들은 대개 악마 취급을 받기도 하고 찬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논쟁은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모두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커피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 커피 논쟁을 곁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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