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경위

가. D사는 본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관리회사다. D사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체결한 관리계약(이하 ‘본건 계약’이라 약칭)에는 ‘산출내역서’가 첨부돼 있었다. 도급관리 용역금액이 산출된 세부 내역은 직원 급여, 연차수당, 퇴직적립금, 대청소비, 교육비, 일반관리비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나. 본건 아파트는 용역대금을 매월 지급했는데, 직원들의 급여, 연차수당, 휴일근로수당 및 퇴직적립금, 피복비, 대청소비, 교육비, 일반관리비, 이익금 상당액 중 약 4000만 원 상당이 실제로는 지출되지 않았다. 이에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위 비용 중 실제 지출되지 않은 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D사는 본건 계약의 법적 성질은 도급계약이고, 용역대금은 실비 정산이 예정되지 않은 정액의 도급관리비라며 맞섰다.

다. 이에 1, 2심 법원은 공히 본건 계약의 성질은 위임이라며 아파트의 손을 들어줬으나 지출하지 않은 전체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본 것은 아니다.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돈은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으로 미리 지급받은 것에 한하고, 본건 계약에 따른 용역 제공에 관한 보수로 지급된 것은 제외된다고 봤다. 다만, 1심은 부당이득 반환은 퇴직적립금과 연차수당에 한한다고 본 반면 2심 법원은 이에 더해 직원 급여, 대청소비까지 포함된다고 봤고 교육비, 일반관리비, 이익금만 제외했다.

  ✔ 법원의 판단

가. 본건 계약의 성격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회사 사이의 법률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위임관계로 평가된다. 본건 계약에 따르면 D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공동주택을 관리할 의무가 있고, 수행해야 할 각종 관리업무의 내용이 건물 관리 및 입주자 등의 공동 이익에 관한 것이 포함되므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도급으로 보기 어렵다. 본건 계약의 전반적인 내용이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일의 완성을 위해 어떤 노무를 어떻게 제공할지 수급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도급계약과 다르다. 또한 입대의가 관리회사에 관리업무 수행 등에 관해 광범위한 지도, 감독을 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 본건 계약에 첨부된 산출내역서에 따르면 자금을 위 산출내역서 및 본건 아파트 입대의가 확정한 금액에 의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해야 하고, 증빙서류 등을 보관해야 하며 위 자금 운용을 수시로 점검하거나 집행 시 사전확인을 받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본건 계약의 명칭이 ‘아파트 도급관리용역계약’이라 하더라도 위 명칭만으로 계약의 법적 성질이 결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부당이득반환 의무

수임인은 위임인에 대해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고, 선급비용이 남았을 때에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이를 반환해야 한다. 본건 계약의 법적 성질은 위임이고, 특별히 실제 지출되지 않은 선급비용을 수임인인 D사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약정이 없는 이상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있다. 

다. 부당이득반환 범위

반환의 범위는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지급받은 것에 한하고, 본건 계약에 따른 용역의 제공에 관한 보수로 지급된 것은 제외된다. 1심은 연차수당과 퇴직적립금에 한해 반환의무를 인정한 반면 2심 법원은 그 밖에도 급여, 국민연금, 대청소비도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교육비와 일반관리비, 이익금은 선급비용으로 보기 어렵고, D사가 위탁관리 업무를 하며 지급받은 보수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며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본건 계약에 따른 위임사무로서 그 업무범위에 직원들의 현장점검 교육 등이 포함되고, 교육비는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에 대한 보수로 책정된 것이지 직원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비용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실제로 지출하지 않았다고 해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관리비와 이익금 역시 실질적인 업무 수행과는 별도로 직간접비에 대해 일정 비율의 금액으로 청구됐고 아파트 역시 승인해온 점, D사가 청구하는 모든 대금을 실비 정산이 예정된 비용이라고 한다면 D사는 본건 계약을 통해 어떤 보수도 지급받지 못하는 불합리가 생기는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 평 석

아파트 현장에서 관리회사가 받은 용역 대금 중 실제로는 지출되지 않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꽤 흔한 풍경이다. 사안에 따라 판결의 결과는 다르지만 적용되는 법리는 늘 같다. 계약의 법적 성질이 도급이면 반환할 필요가 없지만 위임이면 원칙적으로 반환해야 한다. 정산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없는 한 말이다. 법적 성질은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계약의 구체적인 약정 내용에 따라 판단된다. 이 사건은 위와 같은 법리 외에 부당이득으로 반환될 돈은 선급비용에 한정되며 용역의 보수로 지급된 돈은 반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데에 의의가 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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