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물걸레 청소 후 그냥 둔 직원은 배상책임

부산 부산진구 모 아파트에서 시설주임으로 근무하던 H씨는 2017년 5월 오전 7시 50분경 복도등이 꺼져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아파트 지하 1층 차단기 함 앞으로 가던 중 차단기 함 앞에 있는 소화기를 넘어뜨렸고 지하 1층 복도 바닥에 소화 분말 가루가 분사됐다. 

이 아파트 관리직원인 E씨는 오전 8시경 소화 분말을 물걸레로 2회 청소한 후 자리를 떴다.

이날 오전 8시 26분경 입주민 A씨가 물기가 남아 있는 복도를 지나가다 미끄러졌고 이로 인해 척추압박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아파트를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며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인 B사와 관리사무소장 D씨, 관리직원 E씨를 상대로 약 3,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 

1심 법원은 “피고들은 연대해 약 1,200만원을 A씨에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소장 D씨와 관리직원 E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조현철 부장판사)는 이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이고 관리사무소장인 D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 관리직원 E씨에게는 “입주민 A씨에 약 6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관리사무소장 D씨에 대해서는 ▲소장이 매월 정기적으로 관리사무소 직원 전원을 상대로 바닥 물기 제거 등 미끄럼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을 실시해온 점 ▲아파트 복도 바닥에 소화 분말 가루가 분사된 시각은 오전 8시경이고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8시 26분경으로 출근 전이었던 소장이 소화기 가루 분사 등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이에 대한 조치를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 등을 들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장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고의 내지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E씨에 대해서는 “아파트 복도 바닥을 물걸레로 청소한 뒤 물기가 있어 미끄러질 위험이 있음에도 마른걸레로 닦거나 안내표지를 설치하는 등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E씨에 대한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입주민 A씨도 스스로 안전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잘못이 있는 점 ▲E씨는 동료 직원에 의해 분사된 소화 분말 가루를 청소하게 되면서 이 사고에 개입돼 과실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사고의 경위 및 피해의 정도, A씨의 연령과 기존의 치료 내역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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