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위탁수수료 사용한 것에 불과”
위탁사 운영자 1, 2심서 무죄 판결

오피스텔 입주민들의 관리비예치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해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된 위탁관리업체 운영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양형권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부천시 소재 모 오피스텔과 위탁관리를 체결한 A씨에 대해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검사 측의 항고를 기각했다. 

A씨는 개인사업체인 건물위탁관리업체 B사를 운영하면서 2017년 10월 말부터 2018년 5월 말까지 이 오피스텔의 관리업무에 종사해 왔다. 

A씨는 2017년 10월과 11월 오피스텔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예치금 980만원을 관리비 수납계좌로 입금 받아 보관하던 중, 약 340만원을 자신의 개인사업체 계좌로 이체한 뒤 같은 해 12월 말까지 총 69회에 걸쳐 약 250만원을 임의로 식사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해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A씨가 사용한 관리비예치금은 이 오피스텔 시행사와 체결한 위수탁수수료 중 도급비의 일부로 도급비는 A씨가 수행한 관리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A씨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개인 소유의 재물을 소비한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0월 오피스텔 시행사인 B사와 용역계약기간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위탁수수료 월 448만원으로 정해 건물 위수탁관리 도급계약(이하 제1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관리했다.

같은 해 10월과 11월 A씨는 관리비 수납계좌로 980만원을 지급받아 이 중 약 341만원을 2017년 10월분 도급비 명목으로 이체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1월 이 오피스텔 입주민 대표자와 올해 1월까지 위탁수수료 월 538만원으로 정해 위수탁관리 도급계약(이하 제2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제1, 2계약서에 따르면 ‘A씨는 이 오피스텔 관리에 세대별 관리비예치금 20만원을 최초 입주 전 또는 입주 시에 관리사무소에 예치하고 A씨는 관리상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재판부는 “A씨는 관리비예치금을 오피스텔 관리비용으로 지출했다고 할 것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업주체인 B사는 A씨와 제1계약을 체결하고 오피스텔을 관리하도록 했으며, A씨는 입주민들이 전부 입주하기 이전인 2017년 12월부터 이 오피스텔을 관리해 왔으므로 제1계약에 따른 위탁수수료 채권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제1계약의 상대방인 B사로부터 위탁수수료를 지급받아야 할 것이나, 제1계약에 따르면 관리비예치금을 관리상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관리비예치금에서 오피스텔 관리비용인 위탁수수료를 지급받을 수도 있었다”면서 “따라서 A씨가 관리비예치금 계좌에서 위탁수수료 중 도급비 약 341만원을 개인계좌로 지급받았고, 도급비는 제1계약에 따라 A씨가 수행한 관리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A씨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중 위탁관리수수료를 관리비의 비목 중 하나로 보고 있고 A씨는 B사와 체결한 ‘건물 위수탁관리 도급 계약서’에 따라 총 용역대금 448만원 중 위탁관리수수료 부분에 해당하는 도급비 약 341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A씨는 위탁관리수수료를 받은 다음 그 수수료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불과해 이를 업무상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이후에도 오피스텔 입주민들은 A씨와 제2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제1계약을 사실상 승계해 관리비예치금을 관리상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봤다.

아울러 “관리비예치금은 공동주택 공용부분 관리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징수해두는 돈으로 전유부분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해 입주 시 예치한 관리비예치금 중 미납된 관리비 등을 공제한 후의 잔액을 관리주체에게 반환 요구했을 때 그 반환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런 경우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공용부분의 관리와 운영의 필요에 따라 관리주체로서 이를 지출하는 것이 문제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대해 검사 측은 “관리비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이 오피스텔 관리규약에 따라 승인받은 예산에 따라서만 집행해야 하며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하지만 A씨가 개인적으로 식당, 쇼핑 등 관리비로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용도로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므로 이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횡령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 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권형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의 특징은 관리비예치금을 특정 개인의 미납 시 반환되는 보증금적 성격보다는 단순히 관리비의 일환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입주민이 납부한 관리비에 대해 위탁관리업체로서는 위탁수수료를 가져간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탁수수료로 가져간 금원을 회사 임의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소유권이 위탁관리업체에게 넘어간 금원이라면 더 이상 횡령죄에서 언급하는 타인 소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정당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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