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 관리규약 무효여도 단전조치 ‘사회통념상 허용범위’
대법원, 소유자의 손배 청구 ‘기각’

 집합건물에서 장기간 수천만 원의 관리비를 내지 않은 구분소유자에 대해 관리단이 관리규약에 따라 취한 단전조치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이 건물의 관리규약은 재판진행 중 결의요건 미비로 무효로 밝혀졌지만 재판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대전의 지상 10층짜리 집합건물 지하 1층에서 2008년부터 사우나와 헬스장을 운영한 A씨와 B씨(이하 원고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 운영위원회(이하 관리단)를 상대로 제기한 단전조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구분소유자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결론 냈다. 

해당 집합건물 관리단은 장기간 수천만 원의 관리비를 연체한 원고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관리비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원고 구분소유자는 조정 성립 이후에도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리단은 한전에 2012년 11월과 12월 전기요금 합계 7,300만원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원고 구분소유자가 미납한 관리비 중 전기요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는 건물 전체 전기료의 약 9~20%에 해당했다. 그러자 한전은 2013년 1월경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집합건물 관리규약에는 상가 건물의 소유자 등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관리비를 2회 계속 연체한 때 관리주체의 단전·단수조치와 법적 소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2012년 4월경 관리규약 개정을 통해 관리주체가 독촉장을 발부한 후 관리비에 포함된 사용료 등을 체납한 소유자 등에 대해 전기공급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관리단은 이를 근거로 2013년 1월 말경 원고 구분소유자의 점포에 단전조치를 취했다. 관리단이 원고 구분소유자들에게 2012년 10월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부과한 관리비는 총 9,600만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고심 재판부는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단전조치를 하려면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단전조치 경위,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관련 법리를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관리주체나 구분소유자 등이 규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규약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했는지,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재판부는 “관리규약은 관리단집회의 결의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긴 하지만 구분소유자들이 관리규약이 제정된 때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유효한 관리규약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하고 “관리규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단전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관련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심은 관리규약을 무효로 보면서도 단전조치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벗어난 위법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구분소유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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