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경비원에 “무조건 올려” 지시
속도 줄이지 않고 통과하려다…법원 “손괴 고의는 없었다”

단지 내 주차차단기를 손괴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 남양주 모 아파트 입주민 A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현경 부장판사)는 최근 입주민 A씨에게 차단기 손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판단을 같이해 검사 측 주장을 배척했다. 

지난해 2월경 A씨는 단지 입구에 설치돼 있는 차량 차단기 앞에서 일시정지하거나 서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그대로 진행, 차단봉을 충격해 부러지게 했다. 이에 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시가 30만원 상당의 차단봉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의 차량에 센서가 부착돼 있지 않아 아파트 차단기가 A씨의 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없으므로 초소 경비원이 육안으로 A씨의 신원을 확인한 다음 수동으로 차단기를 조작해야만 A씨의 차량이 차단기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이고 A씨도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선행 차량이 차단기를 통과한 다음 차단기가 다시 내려오는 동안에 A씨의 차량이 수 미터 앞에서부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진하며 마침 제자리로 돌아온 차단기를 들이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수사기관에서 당시 차단기가 올라갈 줄로 알아서 전방 주시를 하지 않고 진행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거듭 진술했고, 경비원 진술에 의하더라도 A씨는 차단기 5m 전방에서 차량의 경적을 울리며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차단기를 통과하려고 시도해 왔고 차단기를 곧바로 올려주지 않으면 경비원에 반말로 항의해 왔다고 한다. 

재판부는 “결국 경비원들은 A씨가 차단기 5m 전방에서 경적을 울리면 미리 차단기를 올려주기에 이르러, A씨가 충돌에 이르기 전 경비원이 종전처럼 차단기를 올려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는 차단기를 들이받은 지 몇 초 만에 비상등을 켜면서 초소 옆으로 차량을 후진시켰고 초소 밖으로 나온 경비원에 곧바로 “왜 차단기를 열어주지 않냐”며 강하게 책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차단기 충격의 결과를 실제로 희망했거나 용인한 사람이 취할 만한 태도로 보기에는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A씨의 차량으로 차단기를 충격하게 되면 차단기는 물론이고 A씨의 차량도 손상을 입을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A씨가 고의로 차단기를 충격했다는 것은 곧 차단기 수리비를 전액 배상함과 동시에 자신의 차량도 손상되는 상황까지 각오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A씨가 차단기가 손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신속하게 해당 지점을 통과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 이상 선뜻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당시 A씨가 차단기를 손괴한다는 고의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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