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계량기는 공용부분”
관리주체, 누수 피해 입주민에 도배비용 등 약 360만원 지급해야

위층 세대의 수도계량기 파손에 따른 누수로 아래층 입주민이 피해를 입었다면 1차적인 책임은 아파트 관리주체에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인으로 지목된 수도계량기가 ‘공용부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최성배 부장판사)는 서울 은평구 K아파트 입주민 김모씨가 이 아파트 관리사무실(이하 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피고의 항소를 기각, ‘피고는 김씨에게 약 360만원을 지급하라’며 입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이 아파트에서는 2019년 4월경 위층 세대의 수도계량기 본체가 파손되면서 누수로 인해 아래층인 김씨 세대의 방과 거실 천장이 젖고 물이 흘러내리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복도식 구조인 이 아파트는 수도계량기가 각 세대 출입문 밖 복도 외벽에 설치돼 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세대별 전기·수도·가스·급탕 및 난방의 배관·배선·계량기 등과 관련해 계량기까지는 공용부분으로 하고, 그 후의 배관 및 배선은 전용부분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과 같은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공용부분에 대해 1차적인 관리책임을 부담하는 피고가 위층 수도계량기 파손 및 누수로 인해 아래층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는 아파트 상수도를 관할하는 수도사업소의 민원회신 내용을 근거로 누수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사업소 또는 입주민에 있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도사업소는 서울시 수도조례에 의거해 수도계량기 누수사고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이는 수도사용자의 책임이므로 수도계량기 사용자와 피고가 서로 원만히 협의해 해결할 문제’라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며 “이는 수도사업소의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 뿐, 손해배상 책임이 전적으로 위층 세대에 있고 피고는 책임을 면한다는 의미로 보긴 어렵다”고 해석했다. 민원회신에서 사용된 ‘수도사용자’라는 표현이 ‘파손된 수도계량기가 속한 세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수도조례는 대지경계선 안의 급수설비(수도계량기, 수도배관 등) 관리는 수도사용자 등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때 ‘수도사용자 등’이란 급수설비의 사용자, 소유자 또는 관리인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민원회신 내용이 피고의 주장과 같은 의미로 이해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민원회신이 수도계량기 본체를 명시적으로 공용부분이라고 규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의 적용을 배제해 피고의 관리책임을 부정할 만한 법적 준거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피고는 아파트 관리규약 제25조를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수도계량기 파손 및 누수에 관해 입주민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 제25조는 입주자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또는 다른 입주자 등의 전용부분을 훼손했을 경우 원상회복하거나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이때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설사 그러한 고의·과실이 있었더라도 관리규약 제25조는 규정된 내용과 같은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입주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뿐,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책임을 부담하는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자체를 면하게 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로써 재판부는 “입주민 김씨 세대의 누수 피해를 보수하기 위해 목공사와 도배공사 등 비용으로 적어도 약 360만원이 소요된다”며 “피고는 입주민 김씨에게 이 금액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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