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평택지원
“사업승인계획 당시 화재안전기준 적합했어도 하자담보책임 면책 안 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시공한 일부 아파트에서 동관을 사용한 스프링클러 배관의 부식·누수 문제가 지속 제기되는 가운데, LH의 배관 전면교체 비용부담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민사부 류연중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평택의 S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LH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LH는 입대의에 47억4,2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입대의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에는 스프링클러 전면교체 비용과 일반 공용부 하자보수비, 채권양도세대 전유부분 하자보수비가 포함됐다. 2014년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까지 총 851세대 중 824세대(전유부분 비율 96.81%)가 입대의에 손해배상채권을 양도했다. 전체 손해배상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스프링클러 교체비였다. 

입대의는 각 세대 내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한 원인이 ‘동관 M형’ 시공에 있다고 봤다. LH의 설계·시공상 하자인 만큼 전체 세대의 배관 전부를 스테인리스 배관으로 교체하는 비용을 LH가 배상해야 한다는 게 입대의의 입장.

반면 LH는 “S아파트 사업계획승인 당시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103)에서 이음매 없는 동 및 동합금(KS D 5301)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문제없다”고 맞섰다. 이와 함께 LH는 “설령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해도 실제 누수가 발생한 세대에 대해서만 하자보수비를 산정해야 한다”며 “누수 미발생 세대는 적절한 보수공법인 ‘에폭시 에어샌딩 공법’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동관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대의 측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배관을 동관으로 설치한 경우 공식(孔蝕) 형태의 부식으로 인한 누수가 다수 관찰되는 등 자재로 동관이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S아파트 스프링클러 설비는 가장 얇은 M형(0.89㎜) 동관을 자재로 사용해 설계시스템 자체로 부식 발생의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당시의 설비 기준에 의해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는 LH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집합건물법 제9조, 민법 제667조에 기한 하자담보책임은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이라고 부연했다.

법원은 나아가 ‘실제 누수 발생 세대에 한해 배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LH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배관 부식이 상당히 진행된 데다 소 진행 중에도 추가적으로 110세대에서 다발적으로 누수가 발견됐고 감정인도 부수에 의한 누수가 더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동일한 재질의 자재를 동일한 기회에 동일한 시공방식에 따라 시공해 발생한 하자로서 전 세대의 배관 전부를 교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일축했다.  

LH 측은 S아파트의 하자가 하자담보책임기간 내 발생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항변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하자담보책임기간은 해당 기간 내 하자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할 뿐 그 기간 내 하자보수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지속적으로 하자 보수공사를 요청했으나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하자가 남아 있다”며 “S아파트 하자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발생해 현재까지 보수되지 않은 하자로서 그 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 범위는 스프링클러 및 공용부 하자보수비, 채권양도세대의 전유부분 하자보수비 총 63억2,300여 만원. 다만 LH의 책임비율은 75%로 제한했다. 사용승인일부터 하자 감정일까지 약 4년 8개월이 경과해 자연적 노화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한편 이번 판결은 LH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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