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파트 전 회장
관리규약 어긴 과실 있으나
입대의 손해 인정할 증거 없어
법원, 입대의 손배 청구 ‘기각’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장기수선계획 수립의무가 없는 아파트에서 관리규약에 장기수선계획에 관한 규정을 정했다면 이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은 과실로 아파트에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1단독 윤명화 판사는 광주광역시 북구 S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원고)가 2014년 6월부터 2년간 임기를 마친 회장 L씨와 감사 K씨를 상대로 제기한 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같은 해석을 내놨다. 다만 L씨와 K씨가 원고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금액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원고는 “L씨가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없이 장충금으로 출입구 교체공사, 정화조 매립공사, 옥상방수공사에 약 9,926만원을 지출했다”며 “이러한 공사는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았고, 지출액만큼 시행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L씨가 회장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직무를 수행했고, K씨는 감사로서 L씨의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원고는 또 경비원이 청구한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 및 퇴직금 약 2,572만원을 입주민들이 지급하라고 했음에도 L씨가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경비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따라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에 지연이자까지 더한 3,700만원을 지급하게 됐고, 소송 과정에서 노무사 및 변호사비용으로 460만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같은 원고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법원은 먼저 “S아파트는 150세대 미만의 개별 난방방식 공동주택으로 승강기가 없어 장기수선계획 수립대상 아파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 주택법 및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하면 장기수선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대상은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또는 지역난방방식 공동주택,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 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이다.

법원은 그러나 “S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관리주체 업무 중 하나로 ‘장기수선계획 수립, 수정과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장충금 징수, 적립 및 사용’을 규정하고 있고, ‘관리주체가 연차별 장기수선계획을 공종으로 수립하고 3년마다 수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주체가 장충금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입대의 동의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L씨로서는 관리규약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충금을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L씨가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채 장충금을 사용했다면 사무처리에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L씨는 본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했다. 

법원은 다만 ▲L씨는 주민투표, 동대표 회의 등을 거쳐 아파트 보수공사에 장충금을 사용한 점 ▲‘실제 공사가 필요하지 않았고 지출 비용만큼의 공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을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공사과정에서 L씨와 K씨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볼 사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비원 임금 미지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입주민들이 L씨에게 경비원이 요구하는 미지급 임금을 전부 지급하라고 했음에도 L씨가 이에 따르지 않았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고, 오히려 L씨는 경비원이 제기한 노동청 진정사건 및 민사소송에 원고의 대표자로 참석하면서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했고, 특히 변호사 선임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통해 입주민 과반수 찬성을 얻은 후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문제가 불거진 2018년 6월경 당시 입대의의 요청으로 이 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개선권고 및 행정지도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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