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및 경비원에 회수 지시, 입대의 회장 30만원 벌금형
법원 “회수 가능한 광고물 아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문서가 세대별 우편함에 꽂힌 것을 알고 관리사무소장 및 경비원을 통해 우편함에서 문서를 회수해달라고 지시했다가 형사 처벌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전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서재국 부장판사)는 최근 문서은닉죄로 기소된 충남 논산시 모 아파트 입대의 회장 A씨의 항소를 기각,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모임의 대표 B씨는 지난해 3월경 ‘아파트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 각 세대를 위한 보상금이 나왔음에도 A씨가 이를 임의로 제3자 명의 계좌로 이체했고, A씨가 동대표 회의 과정에서 욕설 등을 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세대별 우편함에 투입했다. 그러자 회장 A씨는 관리사무소장과 직원에게 해당 문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지시를 받은 소장은 다시 아파트 경비원들로 하여금 우편함에서 해당 문서들을 회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A씨는 우편함에서 문서를 회수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문서에 기재된 내용을 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문서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불법 유인물이 아파트 우편함에 무단 배포돼 이를 회수해달라’는 입주민의 민원을 받고 회수한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2심도 A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광고물을 아파트 우편함에 무단 배포하는 행위는 ‘옥외광고물법’ 등에 따라 그 자체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관리규약에 따라 아파트 관리주체는 그 동의 없이 단지 내에 무단 배포된 광고물을 제거할 권한이 있다”면서 “관리주체가 광고물을 회수하는 행위는 법령에 근거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우편함을 통해 배포된 이 사건 문서는 그 내용상 B씨가 입주민들에게 공동의 관심사안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서신에 해당한다”며 “법령에 의해 아파트 우편함에 배포하는 행위가 금지되거나 아파트 관리주체가 회수할 수 있는 광고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입주민들로부터 문서를 회수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돼 회수했다는 취지의 A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문서는 B씨가 아파트 우편함에 투입함으로써 해당 우편함의 호실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소유물이 됐다”며 “관리주체는 입주민으로부터 ‘해당 호실의 우편함에 투입된 문서를 회수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된 경우 해당 호실의 우편함에 투입된 문서에 한해 회수할 수 있을 뿐, 민원이 제기되지 않은 호실의 우편함에 투입된 문서까지 회수할 권한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입주민들의 우편함에 있는 문서를 회수한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사정들을 토대로 재판부는 “A씨가 입주민들의 소유인 공소사실 기재 문서를 회수한 행위가 문서은닉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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