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당선인에 이의 제기되자 당선 결정・공고 보류하고 선거 무효화 및 재선거
법원 “선관위 결정 문제 있다”

 

선거에서 최다 득표했어도 당선공고 전이라면 당선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일까. 

최근 법원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지위 인정 여부를 다투는 당선인 A씨와 입대의(선거관리위원회) 간 소송에서 A씨의 회장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선공고 전이라도 당선인의 회장 지위는 인정된다는 취지다.

부산지방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신헌기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제기한 회장지위 확인 소송에서 A씨 당선공고 전에 이뤄진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과 이후 입대의의 ‘재선거’에 따른 당선인 결정을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부산 동래구의 이 아파트는 입대의 회장 선거 투표 당일부터 진통을 겪었다. 투표 종료 후 선관위가 회장 선거에 대한 개표를 보류한 것이다.

이에 항의하며 A씨는 경찰을 불렀다. 경찰 권고에 따라 선관위는 회장 선거 개표를 진행했고 결과는 A씨 당선이었다.

하지만 선관위가 다시 제동을 걸었다. 회장 투표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어 이의 소명이 이뤄진 후 당선공고 하겠다며 A씨의 당선 결정을 보류한 것이다.

A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건 다른 후보자 2명이었다. 후보자 B, C씨는 특히 A씨가 선관위 당선공고가 없었음에도 당선이 확정된 것처럼 당선사례 현수막을 부착한 점을 공통으로 문제 삼았다. 이외에도 A씨 장모가 선거 당일 선거운동을 한 점,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입주민을 동원해 홍보물을 나눠준 점 등에 관해 이의를 제기했다.

A씨가 소명했지만 선관위는 결국 ‘선거무효’ 결정을 내렸다. 뒤이어 진행된 재선거에는 B씨와 C씨 그리고 D씨가 후보자로 출마했다. 

재선거도 순탄하게 이뤄지진 않았다. 투표율 6.79%로 최소투표율에 미달하자 선관위는 입대의 임시회의를 통해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1월 간접선거에서도 B씨와 D씨가 동률을 이뤄 재투표를 실시했고, 그 끝에 D씨가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A씨는 “선관위는 최다 득표한 본인을 회장 당선인으로 결정하고 즉시 이를 공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객관적 증거도 없이 위법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단정해 선거무효 결정을 내리고 D씨를 당선인으로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도 A씨의 주장과 같았다. ‘선거무효’의 사유가 된 B씨와 C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거나 선거무효 사유가 될 수 없는 이상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 이에 근거해 이뤄진 재선거와 그 결과 모두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은 선관위가 선거무효 결정을 한 때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선거무효 사유에 관해 아무 규정이 없다”며 “선관위 결정은 재량권 행사로서 존중해야 하지만 이는 판단 자체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당하게 이뤄짐을 전제로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또 “당선공고가 있어야 비로소 당선효력이 생긴다는 명문 규정이 없는 한 정관 등에서 정하고 있는 이상의 득표를 했으면 당연히 그 후보가 임원으로 선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는 그러한 명문 규정이 없다”고 설명하며 A씨에게 회장 지위가 인정됨을 명확히 했다.

재선거 유효 여부와는 별개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2조 제2항 가목은 입주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입대의 회장이 없는 경우 입대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하되 후보자별 득표수가 같은 경우 추첨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B씨와 D씨의 득표수가 같자 추첨 대신 2차 투표를 진행해 선출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입대의 측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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