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서울 모 아파트 관리직원이 이동식 사다리 위에서 혼자 수리작업을 하던 중 추락했다. =자료사진
서울 모 아파트 관리직원이 이동식 사다리 위에서 혼자 수리작업을 하던 중 추락했다. =자료사진

 

아파트 근로자가 관리사무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2m 높이의 이동식 사다리 위에서 소방유도등 수리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소장에게도 책임이 있을까? 

평소 안전관리를 충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다면 소장에게 과실을 묻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2단독(판사 박창희)은 최근 서울 소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가 지하주차장에서 소방유도등 수리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관리사무소장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이 아파트 전기과장으로 지난해 7월 초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유도등 수리작업을 하던 중 이동식 사다리에서 추락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7월 말 뇌간압박 및 연수마비 등으로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B씨가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취하지 않았다며 안전조치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B씨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망한 A씨는 전기과장으로 이 아파트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들 중 전기 관련 업무에 관해 상급자고, 하급자인 전기반장 2명과 함께 전기 관련 관리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B씨는 A씨에게 이 사고가 발생한 작업을 지시한 바 없고 A씨가 자발적으로 작업을 실시한 점 ▲A씨가 B씨에게 이 작업에 관해 별달리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실제 전기 관련 작업은 A씨의 책임 하에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A씨에게 안전모가 지급됐는데 이 사고 작업을 하면서 A씨가 부주의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B씨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검사 측은 이 작업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이므로 소장이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해야 하고,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추락방호망을, 추락방호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게 하는 등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사고 작업 장소는 천장 높이가 비교적 낮은 곳으로 비계 등의 작업발판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인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추락방호망 설치 위치 역시 작업 높이가 낮은 경우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또한 “추락방호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과 같이 이동식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을 하면 기준 높이를 초과하게 돼 작업 장소의 평탄도나 작업 지점의 높이, 작업 난이도 등을 불문하고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안전대 착용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형벌을 부과하게 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평소 B씨는 산업재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바 있고, A씨가 안전대 및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B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B씨가 작업을 알지 못하는 와중에 A씨가 전기를 차단하지 않고 혼자 작업을 한 것이 사고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춰 B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소장을 대리해 무죄판결을 이끌어 낸 오동현 법무법인 백하 변호사는 “그동안 아파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소장은 관리 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했지만, 산업안전보건 규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거나 소장이 평소 안전관리를 충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라면, 소장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다”며 “평소 안전교육 실시와 안전장비 지급 등 안전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근거 기록을 잘 갖춰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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