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반대’ 과반수 서명에도 기존 업체 낙찰자 선정한 입대의 무효확인 소송서 입주민 패소

아파트 입주민들이 기존 주택관리업자와의 재계약에 반대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한 부동의 서면이 법원으로부터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송파구 모 아파트 입주민 A씨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입대의 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2019년 10월경 전체 입주민의 과반수인 총 159세대가 기존 업체 B사와의 재계약에 부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을 연명으로 작성해 제출했으나 입대의가 B사의 입찰참가를 제한하지 않고 입찰해 B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관리규약상 동대표는 대리할 수 없음에도 낙찰자 선정을 위한 동대표들의 결의에 동대표를 대리해 입주민 C씨를 참여시켰다”며 “B사를 낙찰자로 선정한 결의는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관리규약 위반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7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5조 제3항에 의하면 입주민은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관리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입주민 과반수의 서면동의로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에서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참가를 제한하도록 입대의에 요구할 수 있다. 

또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 제58조의 2에서 입대의는 의견청취 결과 입주민의 과반수가 재계약에 부동의하거나 서면으로 기존 관리업자의 입찰참가 제한을 요구하면 기존 관리업자의 입찰참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A씨가 입대의에 제출한 ‘부동의 서면’은 문서 상단에 ‘기존 관리업자와의 불공정한 재계약을 부동의(반대)하며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개경쟁입찰을 요청한다’고 쓰고 하단에 총 159세대의 입주민이 서명한 문서였다. 

재판부가 눈여겨본 것은 이 문서가 법적 절차를 갖췄느냐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부동의 서면’은 관련 서식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입주민 의견을 수렴할 권한이 명문에 없는 A씨에 의해 작성됐고, 수신인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입대의 대표자로 한 것”이라며 “관계법령과 관리규약상 절차를 준수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또 “서면에는 B사와의 재계약을 반대하는 것이 B사의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의사로도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표현이 없고 입주민이 그러한 사정을 명확히 알고 서명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같은 부동의 서면만으로는 곧바로 관리규약 제58조의 2가 적용돼 입대의가 B사의 입찰참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또 낙찰자 선정을 위한 입대의 의결절차에 동대표의 대리인을 참여시킨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의하면 적격심사제로 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이며 입대의가 계약자일 경우 동대표 외에 입대의가 추가로 평가위원을 선정할 수 있고, 평가주체 중 5인 이상이 적격심사 평가에 참여하면 그 평가결과는 유효하다”며 “입대의는 선정지침에 따라 입주자 C씨를 평가위원으로 추가했고 총 5명의 평가주체가 참여했으므로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다만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권한과 의무가 입주민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이 소송에서 입대의 측이 “입주자 A씨는 입대의와 B사 간 체결된 관리계약에 관해 사실상·경제상 이해관계를 갖는데 불과할 뿐 구체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낙찰자 선정과 관리계약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시했다. 즉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권한과 의무는 입주민에게 있고, 입대의는 입주민을 대표해 구체적인 관리업자 선정에 관한 법률행위를 할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입대의의 관리업자 선정에 관한 법률행위가 공동주택관리법령과 관리규약에 정해진 입주민의 의견제출에 관한 권리 등을 침해하면 입주민은 그 효력과 관련해 구체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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