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의 한 아파트에서 강풍을 동반한 태풍으로 인해 쓰레기통과 육중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가 쓰러졌다.
지난해 경북의 한 아파트에서 강풍을 동반한 태풍으로 인해 쓰레기통과 육중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가 쓰러졌다.

 

파손・침수 사고 대비 시설물 점검 필수

태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7월과 8월이 무더위 속 정전사고를 막는 데 진땀을 뺀 시기였다면 8월 말부터 10월까진 수시로 발생하는 태풍에 바짝 긴장해야 하는 때다. 

특히 지난해 8월과 9월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한 마이삭·하이선, 그리고 2019년 강풍을 동반한 링링과 같은 대형태풍은 크고 작은 시설물이 많은 공동주택에 더욱 치명적이다. 시설물을 복구하기 위한 비용·시간 소모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시설물 훼손 책임에 관한 소송이 수년간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기 때문이다. 

태풍이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이 시기, 공동주택들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연달아 발생한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으로 인해 부산 모 아파트에서 지붕이 훼손되고 주차 차량 위로 수목이 쓰러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연달아 발생한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으로 인해 부산 모 아파트에서 지붕이 훼손되고 주차 차량 위로 수목이 쓰러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옥상 시설물과 창문이 차량 위로 ‘쿵’
강풍에도 끄떡없게 단단히 고정해야

공동주택의 태풍 피해 유형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 파손사고다. 지난해 태풍 피해가 집중된 남부지역 공동주택에서는 강풍에 수목, 옥상 마감재, 유리창, 태양광 패널 등이 파손하는 사고가 속출했다.  

지붕식 아파트에선 지붕 마감재인 싱글이 비바람에 뜯겨 날아갔고, 옥상 태양광 발전시설의 패널은 일부가 파손돼 사라졌다. 

발코니·복도·공동현관 유리창은 금이 가거나 깨져 파편이 흩어졌다. 부산 사하구 모 빌라에선 60대 여성이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세대 내 유리창에 테이핑 작업을 하던 중 유리창이 깨지며 팔뚝이 베여 사망하기도 했다. 발코니 문틀이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단지 내 심어둔 나무들은 강풍에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혔으며, 육중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가 쓰러지기도 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2차 사고였다. 옥상에서 떨어진 지붕 마감재나 강풍에 쓰러진 나무 등이 주차 차량 위로 떨어지는 사고가 가장 잦았다. 이 같은 2차 사고는 매년 발생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2019년 태풍 링링과 2018년 태풍 콩레이로 인한 2차 사고 관련 판결 확정이 줄을 이었다. 다수의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쟁점이 된 부분은 ‘이동주차 안내방송’이었다. 이동주차를 수차례 안내했다는 사실만으론 태풍에 대비한 시설 점검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 법원의 태도. 6건의 사례에서 각 법원은 입대의 측 배상 책임비율을 30%에서 최대 70%까지 인정했다. 

발생 빈도로는 아파트 지붕 마감재 낙하로 인한 차량파손 사고가 가장 잦았다. 이외에도 복도 창문 낙하, 인명구조용 에어매트 보관함 날림 등으로 차량이 파손된 사례들이 있었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선 태풍 예보 시 반드시 파손 위험이 있는 지붕, 옥상 안테나·환풍기·피뢰침, 태양광 패널, 에어컨 실외기 및 거치대 등을 점검하고 단단히 결박해야 한다. 외벽에 있는 화분과 현수막 등을 제거하고 장식용 철물 등의 고정상태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의 박모 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 태풍으로 옥상 싱글이 파손돼 옥상 지붕 전체를 보강하는 공사를 진행했다”며 “사전에 싱글 이음부를 실리콘 처리해 두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문은 테이프 등으로 창틀에 단단하게 고정해야 한다.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거나 테이프를 X자 형태로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비규격·노후 창문은 미리 교체해 이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수목은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주변에 방풍벽을 설치하는 게 좋다. 전력선과 가까이 있는 수목은 미리 전정 작업하고, 대형목 주변에는 ‘차량 및 입주민 통행 주의’ 등의 경고문구를 부착해두는 것이 2차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쓰레기 분리수거장, 자전거 보관대, 각종 표지판, 조형물 등을 미리 점검하고 이탈 위험이 있는 구조물에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으로 인해 지난해 광주광역시 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며 차량 수백 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으로 인해 지난해 광주광역시 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며 차량 수백 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오는 물 막고 가는 물 밀고”

물막이 시설 및 배수펌프 확보해야

파손사고뿐만 아니라 빗물에 의한 침수사고도 골칫거리다. 지하주차장, 지하 기계실 및 전기실, 승강기 등이 주요 위험지다. 제때 빗물을 막지 못한 아파트는 차량 수백 대가 침수돼 큰 규모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기계실과 전기실이 침수된 곳은 전기와 급수 공급이 중단되며 더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전에 지하주차장 차수벽 설치 여부를 파악하고 입구에 모래주머니, 물막이 판 등을 설치한다. 또 트렌치나 배수 드레인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집수정 배수펌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일부 공동주택에선 비상펌프가 설치돼 있지 않아 펌프 수 부족으로 배수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따라서 공간 규모 등을 고려해 비상펌프를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지하 침수에 대비해 천장재 탈락상태, 실내등 파손 여부 등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각 가정의 하수구나 아파트 주변, 옥상 배수구를 미리 점검하고 막힌 곳을 뚫어놔야 한다.  

승강기의 경우 기계실과 승강로, 피트 등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기계실은 특히 창틀, 환기팬 주변으로 빗물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 헝겊을 준비하거나 덧창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승강기 침수 시 가장 먼저 물이 차는 곳은 최하층 승강장 밑의 ‘피트’다. 피트는 승강기 카 하부 점검을 위한 공간으로 안전스위치, 완충기, 가이드레일, 조속기 인장장치 등 많은 기계장치가 설치돼 있다. 

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침수가 예상될 땐 승강기를 최상층으로 이동한 후 승강기 전원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침수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승강기 운행 중지 안내방송 후 승강기 기계실 내 전원을 차단하고 승강기유지관리업체 직원 입회하에 제동기를 개방해 승강기를 최상층으로 올린 후 물기 제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펌프 등을 이용해 물을 퍼내고 기계실, 카, 승강로, 승강장, 피트 등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유지관리업체 점검을 거쳐 재가동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안내 따라 이동주차・외출자제

하천 옆이나 산 절개지 인근에 위치한 공동주택은 특별히 옹벽 상태도 점검해두는 게 좋다. 경사면의 토사가 아파트로 쏟아지거나 옹벽이 무너지는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관리사무소는 수시로 이동주차, 외출자제 등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정전사고를 대비해 손전등 및 배터리 등 비상용품을 확보해둬야 한다. 또 비상연락망과 비상근무·순찰 매뉴얼 등을 사전에 공유해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의 안내에 따른 안전조치 후 침착하게 집안에서 대기하는 게 중요하다. 상수도 공급 중단을 대비해 미리 욕실에 물을 받아두고, 정전에 대비해 비상용 랜턴, 배터리 등을 준비한다. 가스는 차단해 누출을 예방한다.

강풍 시 출입문과 창문은 닫아두는 것이 파손의 위험을 줄인다. 가능하면 창문이 없는 방에서 머무르고 창문이나 유리문에서 떨어져 있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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