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까지 마친 회의록에
‘표결 무효임’ 등 기재
벌금형 선고유예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홍창우)은 최근 경비용역업체와의 계약연장요청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결에 불만을 품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을 변경해 문서손괴죄로 기소된 서울 동작구 모 아파트 입대의 회장 A씨에 대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지난해 4월 말경 회의 안건 중 경비용역업체인 C사와의 계약연장 안건에 대해 입대의 찬성 8명, 반대 3명으로 찬성 의결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대의 회의록 작성의무자는 회장이나 실무상 관리사무소 직원이다. 관리사무소 직원 D씨는 이 입대의 직후 회의록 작성을 마쳤고, 입대의 구성원의 절반가량인 5~6명은 입대의 개최 당일 회의록 하단의 확인란에 확인 서명을 한 상태였다.

이후 같은 해 5월경 A씨는 관리사무소에서 C사와의 계약연장요청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결에 불만을 품고 그곳에 비치돼 있는 입대의 회의록 중 ‘C사 계약연장요청 공문접수의 건’의 심의 및 의결사항 란에 ‘관리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의결함’, ‘표결 의결안은 무효임’이라고 기재해 회의록 내용의 확인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A씨는 이 아파트 입대의 소유의 문서인 회의록의 효용을 해함으로써 기소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같은 행위로 문서가 손괴됐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문서손괴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4월 말경 있었던 입대의의 종료 시점에는 참석한 동대표 중 약 절반 이상이 회의록에 서명했고, 범행 당시인 5월경에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서명을 마친 상태였던 점 ▲이런 상태에서 의결 내용에 반하는 문구를 무단히 회의록에 기재해 관리사무소 직원을 통해 이를 입대의 결과 공고문에 반영하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문서손괴죄에 해당한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해 “이 같은 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서 “하지만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 A씨가 주장하는 사유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A씨의 이 같은 행위가 정당행위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관할구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기존 경비용역업체에 대한 계약을 종료하고 입찰을 통해 새로운 업체를 선정한 점, 고발인들이 A씨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 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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