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참가 업체에 대가 요구하고 답변 녹취해 임원들에 공개
부산지법 “공정성 심하게 훼손…해임 정당”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감사가 특정 업체에 ‘인사비’를 요구한 뒤 그 답변을 녹음해 임원들에게 공개했다가 해임됐다. 감사는 “사전접촉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므로 해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세현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B아파트 감사 A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의결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A씨는 입대의 감사로서 동대표 및 임원들의 비위를 감시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주택관리업체 선정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입찰 참가 업체 C사의 이사와 미리 만남을 갖고 업체 선정 기준에 관한 개인의 선호를 밝혔다”며 “또 인사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봄으로써 입찰의 공정성을 심하게 훼손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3월경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한 C사의 D이사와 두 차례 만났다. 이 자리에서 D이사는 “C사가 관리업체로 선정되면 그 대가로 A씨에게 50만원 정도를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A씨는 이를 녹취했다가 입찰절차 당일 입대의 구성원들에게 공개했다. 

그러나 입대의는 이후 임시회의를 열어 A씨를 포함한 동대표 5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A씨의 해임 안건을 의결했다.

A씨는 “D이사로부터 입대의 회장이 C사 사장과 사전 접촉했다는 말을 듣게 돼 그 대화를 녹취해 공개했을 뿐 D이사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아파트의 가치 상승과 관리비 부담 경감을 위해 D이사를 만난 것이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했으므로 해임의결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D이사에게 ‘인사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고 물어 그에 대답한 것이라는 D이사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데다, A씨는 지난해 5월경 입대의 회장에게 ‘감사로서 이번 일에 대해 자진사퇴를 해 모든 걸 덮고 무마할 수 있다면 자진사퇴 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발송했다”며 “이는 A씨가 입대의에 스스로 이 사건 해임의결의 사유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A씨의 행위는 특정 업체에 입찰정보를 제공하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등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한 때에 해당한다”며 “실제로 금전을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했단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부연하며 A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봤다.

해임의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A씨의 주장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아파트 관리규약상 감사를 해임하기 위해선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의 서면동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해야 하고 소명기회도 부여해야 하지만 입대의는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대의가 ‘동대표 거취 논의의 건 등’을 내용으로 임시회의 개최를 공고했고 회의록에도 동일하게 기재한 점, 아파트 관리규약상 해임된 동대표는 임원의 지위까지 모두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입대의는 A씨를 동대표에서 해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아파트 관리규약에선 동대표 해임의 경우 해당 선거구 입주자 10분의 1 이상 서면동의 또는 입대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선관위에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입대의는 구성원 과반수인 4명의 찬성으로 해임을 의결했으므로 절차를 위반했다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단 주장에 대해선 “소명절차는 입대의 해임의결 이후 선관위에서 해임절차를 진행하며 거쳐야 할 절차”라며 배척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A씨 측이 항소를 포기하며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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