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아파트 만들기

▲  의정부참여연대 임성수 사무국장
“녹 “녹차는 잎을 통째로 우려 마셔도 100% 흡수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루로 만들어 말(가루)차로 먹으면 녹차의 좋은 성분들을 100% 받아들일 수 있죠”
 크리스마스 이브 임 국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참여연대 사무실을 찾아간 기자의 테이블 앞에는 임 국장의 능숙한 솜씨로 만들어 낸 말차가 정성스레 놓여졌다.
 “시민활동가 3년이면 몸 버리고, 맘 버리고, 정신까지 피폐해진다는 말은 우리 활동가 사이에 공공연히 퍼져있는 말입니다. 참여연대에서의 활동만 7년이 넘었으니…저도 한계가 왔나봅니다”
 매일 아침 씁쓸한 말차를 두사발이나 꼬박 비워내는 것은 최근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그녀의 건강 때문이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이어졌던 밤샘 작업에도 끄떡없었던 임 국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평소 먹어본 적이 없는 보약이며 생식에 말차까지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말차를 한 모금 마신 기자는 최근 의정부에서 추진중인 ‘아파트 우수단지 시상 제도’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크게 세가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평가위원의 확충과 심사기간의 확보 그리고 객관적 평가를 위한 기준제시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참여연대 입장을 시에 전달했죠”
 임 국장은 공동주택관리분야 사업으로 각 지자체에서 호사(?)를 누리고 있는 ‘우수단지선정사업’에 불만이 많다.
 짧은 시간에 생색내기 안성맞춤인 이 사업은 행사 주체의 목적의식 없이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 임 국장의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일정 예산을 투자해 순위를 적당히 매기는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철을 의정부시에서도 똑같이 밟으려 하다니!
 임 국장은 지난해 말 의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하려던 ‘우수단지선정사업’에 딴지를 걸었다.
 참여연대의 평가위원 위촉까지 마다하고 시의 우수단지선정사업에 제동을 건 임 국장은 과연 이 사업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기에.......
 “우수단지선정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각 아파트의 우수 사례들을 발굴해 각 분야 모범 사례들을 타 단지에서도 공유할 수 있도록 전파하는 일입니다. 즉 지역공동체문화 복원이라는 기본 틀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발굴된 사례들이 함께 공유되는 것은 물론 연속성을 가지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또한 관이 해야 할 몫이 될 겁니다”
 임 국장은 힘들게 만들어 놓은 공동체 문화가 동대표나 부녀회, 관리소장의 임기에 따라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는 것, 관과 시민단체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 공동체 운동’이라는 것, 참 넘을 산이 많은 것 같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단정한 말투로 문제를 짚어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임 국장의 달변에 빠져들면서 기자는 문득 그녀의 전적이 궁금해졌다.
 노동운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공장에서 7년 반동안 노동자들과 같이 생활했죠. 새벽에 일어나 공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후에는 야학에서 밤늦게까지 강의를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지요. 오히려 그때 공부도 많이 하고 지금보다 책도 훨씬 많이 읽었을걸요”
 노동조합 결성을 목적으로 공장 취업을 감행했지만, 결국은 노조 설립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고 한탄처럼 얘기하지만, 임 국장은 당시 공장노동자들의 권익신장과 의식개혁에 큰 몫을 담당해냈음을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원칙과 소신을 버릴 때 시민운동은 ‘운동’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고 말하는 임 국장은 ‘원칙’을 지키는 고집 있는 시민운동가로 평생 일할 것을 다짐한다.
 참여연대가 고집하는 ‘살맛 나는 아파트’와 임 국장의 시민활동가로서의 ‘원칙’이 어우러진 모습은 언제쯤 어떻게 보여질까?
 남은 말차 앙금에 물을 우려 마신 기자는 임 국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자리를 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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