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인 경비업체가 배상” 4억4,200만원 지급 판결
구상금 청구한 보험사 항소심서 ‘일부 승소’

 

충남 아산시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경비원의 과실을 인정, 사용자인 경비용역업체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0-3민사부(재판장 정원 부장판사)는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A보험사가 보험금으로 22억원 이상을 지급한 후 차량 소유자 B씨를 비롯한 차량 보험사 C사,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D사(이하 피고들)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경비용역업체에 대한 1심 패소부분을 취소, ‘경비용역업체 D사는 A보험사에 약 4억4,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B씨가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시간은 2016년 9월 17일 밤 11시 56분경. 이후 4시간이 지난 9월 18일 새벽 4시 19분경 차량에 화재가 발생, 불꽃이 인근에 있던 차량 및 지하주차장 천장, 벽체 등에 옮겨붙었다. 이로 인해 B씨 차량을 포함한 차량 3대가 소실되고, 지하송풍구, 엘리베이터실, 계단실, 1층 로비 등이 일부 소손되고 그을음으로 오염됐으며, 지하주차장 내 케이블 및 설비가 손상됐다. 

화재 발생 당시 차량 본네트 상부에 위치한 A화재감지기에서 감지된 신호가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화재경보수신기에서 확인됨으로써 1차 경보(주경종)가 울렸는데 관리사무소에 위치한 관제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경비원 E씨 또는 F씨가 화재경보수신기의 주음향 정지 버튼를 눌러 경보 음향인 주경종을 정지시켰다. 약 10분 후엔 불꽃이 차량 뒷부분으로 번져 차량 후면 트렁크 상부에 위치한 B화재감지기에서 감지된 별개의 신호가 화재경보수신기에서 확인됨으로써 2차 경보가 울렸다. A감지기와 B감지기가 동시에 화재를 감지하는 경우에는 지하주차장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야 함에도 당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원 F씨는 화재 발생을 인지한 새벽 4시 42분경 119에 신고했고 4시 52분경 소방차가 도착해 5시 5분경 초기진화가 이뤄졌으며, 5시 20분경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화재사고와 관련해 A보험사가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었다. <관련기사 제1159호 2020년 2월 26일자 게재> 

하지만 A보험사의 항소로 진행된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아파트 화재방지 및 화재발생 시 신고 업무 등은 경비계약에 따른 D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된다”면서 경비원의 화재현장 출동, 화재감지기의 복구, 스프링클러 수동 작동 등은 ‘경비계약에서 정한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피고 D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D사가 경비계약에 따라 월 4,644만6,000원의 용역비를 지급받고 있었던 점, 이 아파트에 총 512개의 CCTV가 설치돼 있고 관제실에는 이를 분석하는 32개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는 등 아파트 모든 구역에 대한 감시가 용이했던 점 등에 비춰 D사의 화재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의 정도를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경비원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경비원들은 화재 당시 1차 경보 이후 2차 경보가 울릴 때까지 CCTV를 제대로 확인하거나 화재경보의 위치를 순찰하는 등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고, 감지기의 주경종을 정지시킨 뒤 복구 버튼을 누르지 않아 2차 경보가 울릴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할 수 없도록 했으며, 2차 경보가 울린 뒤에도 신속히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 경비원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경비원들이 화재에 관한 1차 경보가 울리자마자 곧바로 CCTV를 확인해 화재현장을 발견했더라도 화재가 차량 내부에서 발화돼 엔진오일 등 가연성 연료의 연소와 함께 급격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여 소화기 등 자체 소화 장비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조금이라도 일찍 화재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더라면 화재로 인한 손해의 확대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D사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로 인한 손해의 확대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D사는 화재 원인을 제공한 1차적 책임 주체가 아니라 화재 확대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지 못했을 뿐이므로 전적인 책임을 지우긴 곤란한 점 ▲경비원들이 화재에 신속하게 대처해 최선의 조치를 다했더라도 차량의 소손만으로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고 119 신고 이후 소방대원들이 출동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어 손해를 극적인 수준으로 줄이긴 어려웠을 것인 점 ▲새벽에 주차차량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를 통상적으로 예견하긴 쉽지 않고, 평소 화재감지기에는 오작동이 잦았던 점 ▲경비원이 다소 늦게라도 119에 신고해 비교적 조기에 화재를 진압함으로써 화재가 주거공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 D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한편 D사 측은 화재는 입주자인 B씨의 귀책사유로 인한 사고에 해당, 경비계약에 따라 면책된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비계약에 ‘D사는 입주자 등의 귀책사유로 인한 입주자 등의 인명과 사유재산의 도난 및 화재사고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됐으나, 화재가 B씨 등 입주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려운 점, 이 면책 규정은 경비업체에 귀책사유가 없는 화재사고로 인한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보일 뿐이라며 D사 측 항변을 배척했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경비업체 D사는 원고 보험사에 약 4억4,2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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