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당해고’ 확정
1심 - 비임원 동대표 포함 입대의, 취업규칙상 징계절차 위반
2심 - 관리주체인 소장도 ‘근로자’ 취업규칙 적용예외 아냐

 

 자치관리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관리사무소장을 해고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경기도 고양시 B아파트에서 약 6년간 근무하다 2018년 6월경 입대의로부터 해고를 당한 P소장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9년 4월경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에 당시 경기도회로부터 소송비용 등의 지원을 받아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지난해 5월 1심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뒤집었다. 

1심 재판부는 “B아파트 취업규칙에 의하면 인사위원회는 임원(자치관리 시 소장을 포함한 동대표 임원)으로 구성하고 사원의 징계를 심의 결정하며,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P소장에 대한 징계를 위해서는 입대의 임원인 회장, 감사, 이사로 구성된 인사위의 심의·결정이 필요함에도 임원 외의 동대표가 구성원으로 포함된 입대의에서 이뤄졌으므로 P소장에 대한 해고는 취업규칙상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부당해고”라며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입대의 측은 항소를 제기해 “자치관리 아파트 소장은 관리주체로서의 지위도 겸유하고 있다”면서 “P소장은 입대의 의결로 선임 또는 해임되고, 자치관리기구(관리사무소)의 대표자로서 자치관리기구의 직원에 대한 임용 및 징계의 주체가 되는 것이지 그 대상이 아니어서 취업규칙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도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2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때 종속적인 관계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P소장이 입대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자로서 취업규칙 준수를 서약하고, 계약서에 명기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등과 취업규칙에 따르기로 약정한 점 ▲근로계약상 지정된 근무장소, 근로시간, 업무형태에 따라 근무하기로 약정한 점 ▲입대의로부터 고정급여를 지급받았고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을 원천징수한 점 ▲공동주택관리법령상 관리주체인 소장 지위에서 관리업무를 집행했으나 입대의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해 “P소장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입대의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기해 소장이 입대의에 의해 선임 또는 해임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함을 이유로 곧바로 P소장과 입대의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계약을 근로계약과 위임계약이 혼합된 계약으로 봐 P소장이 입대의에 대해 수임인 지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거나 P소장이 취업규칙 적용을 받지 않아 취업규칙상 정해진 징계절차와 무관하게 입대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해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아파트 취업규칙에 의하면 사원의 징계는 입대의 임원으로 구성한 인사위의 심의·결정에 의해야 함에도 동대표들로 구성된 입대의에서 이뤄졌다”며 “이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라고 못 박았다. 

취업규칙 무시한 해고 “절차 하자 명백”

입대의 측은 동대표에게 인사위 위원 자격이 없더라도 동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P소장에게 불리한 사정이 됐다거나 위법하진 않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징계심의·의결권을 갖지 않은 제3자가 징계심의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 자체로 절차상 하자는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다. 

또한 “입대의는 P소장에 대한 징계의결을 한 후, 다음날 곧바로 해고를 통지함으로써 P소장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며 취업규칙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로써 “P소장에 대한 해고는 취업규칙상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더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라며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입대의 측이 상고를 제기했지만 지난달 24일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가 상고를 기각하면서 ‘부당해고’로 최종 결론 났다.

P소장의 법률대리를 맡아 대법원까지 승소를 이끈 한영화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관리사무소장이 취업규칙상 정해진 징계절차와 무관하게 입대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해임될 수 없는 점,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상 인사위는 징계심의·의결권을 지닌 위원으로 구성되는 점, 징계의결 대상이 된 근로자에게 이의신청 및 소명자료 준비 등의 기회를 줘야 하는 점 등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리사무소장을 파리목숨이 아닌 사람과 삶의 터전을 가치 있게 보살펴주는 존재로 존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주관 경기도회장 당시 회원의 고충처리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이선미 대주관 협회장은 “취업규칙에 따른 인사위 소집 내지 개최도 없이 입대의 의결 후 바로 해고 통지하는 등 절차 위반으로 다툼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도회 차원에서 소송비용을 지원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주택관리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